“5대은행, 이 사람들부터 손절했다”...주담대 절반 책임졌던 일등공신 ‘씁쓸’

신한은행, 모집인 통한 대출 전면 중단
우리은행, 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농협 내달 말까지·기업은행 내달 2일부터

서울의 한 거리에 주요은행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

[김호영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앞다퉈 중단하고 있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를 말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모집인 의존도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27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집단잔금대출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10일부터 수도권 모집인 대출을 막은 데 이어 제한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한 같은 날부터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취급할 때 지점이 아닌 본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0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입주자금대출 등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일 대출모집인들이 소속된 모집 법인별로 월별 대출 취급 한도를 부여해 관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거래 중인 3개 대출 모집 법인의 이달 대출 취급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다음 달 말까지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IBK기업은행도 다음 달 2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유치를 잠정 중단한다.


은행들이 대출모집인 통로를 앞다퉈 틀어막는 이유는 그만큼 이들이 가계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조135억원으로, 이중 11조4천942억원(49.9%)이 대출모집인을 거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모집인이 새로 유치한 주택담보대출건수가 5만건에 육박했는데, 이들이 관여한 대출 잔액도 지난 4월 처음으로 월간 기준 10조원을 돌파한 뒤 7~8월 두 달 연속 11조원대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중 대출 모집인을 통한 비율은 올해 1~8월 월평균 50.0%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44.5%보다 5%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이 비율은 전월 대비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이 -2.0%로 바닥을 찍은 지난 2022년 12월 36.6%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추세적으로 반등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3월(56.4%), 4월(54.3%), 6월(50.1%), 7월(50.8%) 등 넉 달 동안이나 절반을 상회했다.

일부 은행은 상반기 한 때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2에 가까운 물량을 대출 모집인에 의존하기도 했다.


관련 대출 건수도 증가세다.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올해 1~8월 월평균 4만5049건으로, 전년 동기 평균 3만334건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5대 은행이 현재 위탁 계약을 맺은 대출 모집 법인 소속 상담사는 2994명으로, 은행마다 450~700명의 전속 상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전국 부동산 시장에 모세혈관 같은 영업망을 구축해놓은 상담사들은 지점 창구에 발이 묶인 은행원들을 대신해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는 역할을 한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모집 수수료는 0.5% 미만으로 책정돼 있다.

상담사들이 대출을 직접 유치한 뒤 3년 이상 해당 계약이 유지될 경우 신규 기준 대출 잔액의 0.3~0.4%만큼을 은행으로부터 지급받는 식이다.


지난달 5대 은행에서 대출 모집인이 유치한 11조4942억원의 0.3~0.4%만 단순 계산해도 345억~460억원이 수수료로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 모집인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확연하게 갈린다.

대체로 부동산 중개업을 영위하는 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고객은 상담사를 통하면 시간을 절약하면서 가장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찾을 수 있고, 중개사 역시 고객 애로를 해결해주면서 수월하게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은행과 대출 상담사, 부동산 중개업자의 ‘삼각 공생’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대출을 떠받쳐온 핵심 토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출 금액이 많을수록 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인 만큼 과도한 대출을 일이켜 매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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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은행들이 대출 모집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높은 이자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부동산 중개업자와 연결된 대출 상담사들이 투기 수요를 부추겨 전셋값과 집값 상승을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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