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빌딩은 제발 그만”…용산·서초·노원에 들어선다는 신개념 공간들

강남권 대규모 서리풀 복합개발
상업·문화·오피스 한곳에 모아

잠재력 가장 큰 용산국제업무지구
최고 100층 품은 콤팩트시티 목표

도심 낙후지역 세운촉진지구
13만㎡ 녹지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

광운대역세권엔 3천가구·호텔

서리풀 복합개발 조감도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연계한 대형 복합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세계 선진국 못지않은 ‘WLP(일·거주·놀이)’ 클러스터를 조성할 기회가 오고 있다.

다만 2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일하는 공간의 혁명’에 관한 진정한 고민이 필수다.


23일 서울시와 개발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계획·진행 중인 복합개발사업은 20여 개에 달한다.

도심(CBD)·강남(GBD)·여의도(YBD) 같은 기존 3도심은 물론 광운대, 성수동을 비롯한 지역도 광범위하다.


우선 강남권(GBD) 최대로는 서초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이 눈에 띈다.

최근 건축허가를 승인받고,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2028년 준공이 목표다.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은 과거 정보사 용지였던 서초동 1005-6 외 6개 필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축구장 13개가 들어가는 이곳(9만6795㎡)은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보다 넓다.

최근 세계적인 도시개발 모델을 반영해 상업, 문화, 오피스 공간을 집중시켜 어우러진 공간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보사부지 [김호영 기자]
공간을 자세히 따져보면 서리풀터널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뉜다.

남쪽 용지에는 블록체인, 빅데이터, 바이오를 비롯한 첨단 연구시설과 관련 기업 입주를 유도할 계획이다.

서초대로부터 테헤란로로 이어지는 정보기술(IT)·금융·국제업무 축과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북측엔 대형 박물관과 수장고, 공연장을 비롯한 문화복합시설도 조성된다.


이밖에 강남권에서는 삼성동 GBC, 서초동 롯데칠성과 코오롱 용지가 복합개발할 수 있는 땅으로 평가받는다.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김호영 기자]
도심권(CBD)에서는 대표적 낙후 지역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주거용 건물을 조성하는 개발 사업이 속도 내고 있다.


서울시는 종묘에서 퇴계로 일대 약 43만㎡ 용지를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주거와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심으로 전환하는 지침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올해 6월 고시했다.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세운지구는 약 13만6000㎡ 녹지를 중심으로 업무·주거·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세운상가, 삼풍상가, PJ호텔을 포함한 세운지구 내 상가군은 단계적으로 공원화해 녹지 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풍상가와 PJ호텔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타당성 조사를 비롯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중심상업지역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약 100만㎡ 이상 신산업 기발시설도 공급한다.

일정 규모의 벤처창업 용도를 의무화하고, 산업교류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기업과 창조적 인재가 모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직주 혼합도시 실현을 위해 약 1만가구 규모 도심 주거단지도 조성한다.

도심권에서는 이밖에도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도 진행 중이다.


서울 3도심 중앙에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도 눈여겨볼만 하다.

서울시는 높이 100층 내외 랜드마크 건물과 업무, 주거, 여가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을 짓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 구역 안에서는 모든 이동을 도보권으로 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로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이 구역은 용도에 따라 국제업무, 업무복합, 업무지원까지 3개 존으로 나뉘어 개발된다.

개발지구 한 가운데 국제업무 존엔 금융과 ICT 기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프라임급 오피스와 전시컨벤션(마이스·MICE), 호텔도 조성한다.

지하부터 지상, 공중에 이르기까지 공간 전체를 입체적으로 활용해 용지 면적 100% 수준의 녹지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5일 용산에 100층 랜드마크 국제업무지구를 건설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을 발표했다.

국제업무지구 전경. [이충우 기자]

현재는 개발계획이 용산구에 접수된 뒤 전략환경영향평가, 광역교통개선대책 같은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빠르면 하반기에 기반시설 착공과 토지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 광운대 역세권, 성동구 삼표레미콘 용지를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WLP 콘셉트 복합개발이 한창이다.


광운대역세권개발 [사진 제공 = HDC현대산업개발]
한편 서울의 주요 개발은 민간이 실제 담당하지만, 공공 주도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개발 콘셉트가 겹치거나 민간이 자율성을 갖고 개발하기 어려워지는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성수동에 ‘크래프톤 타운’을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이 소규모로 복합개발했던 경험을 오히려 접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에서 개발을 주도하면 형평성 같은 것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사업 효율성이 반감되는 선택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민간이 최대한 자율성을 발휘해 개발되도록 공공이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현장 [김유신 기자]
민간 디벨로퍼들도 기존 성냥갑 같은 오피스빌딩을 찍어내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디자인을 적극 고민해야 할 때다.

최근 세계적 WLP 복합개발 콘셉트의 트렌드인 ‘그라운드 스크래퍼(Ground-scraper)’ 혹은 ‘랜드 스크래퍼(Land-scraper)’를 적극 차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이것은 널찍하면서 내부 공간이 탁 트인 캠퍼스 스타일의 사옥, 충분한 자연녹지, 일하는 공간과 놀고 쉬는 공간의 합일,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인테리어, 건물 중앙의 넓은 계단 같은 것들이 특징으로 꼽힌다.

직원들의 소통과 협업, 혁신과 창의력 발현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하늘로 높이 치솟은 건물에 층마다 사람들이 분리돼 들어가는 ‘스카이 스크래퍼(Sky-scraper)’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그라운드 스크래퍼가 꼭 층당 연면적이 넓은 캠퍼스 스타일 건물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에 지어진 파격적인 디자인의 인터레이스 아파트가 좋은 사례다.

‘2015년 올해 세계의 건축물’로 선정된 이 건물은 좌우로 넓은 6층 규모 빌딩 블록 31개를 위에서 볼 때 육각형 모양으로 쌓아 올려 만들었다.

녹지 속에서 각기 다른 전망을 제공할 수 있고, 각층의 연면적이 넓어 근무 공간부터 커뮤니티, 스포츠센터까지 상호 연결된 공유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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