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개발 경쟁 ◆
"아치(ARCH)는 복잡한 미로 구조로 돼 있어요. 이 때문에 내부를 이동하다가 다른 회사 사람과 우연한 만남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죠. 서로 일 얘기를 하다가 의기투합하면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술잔을 기울이며 친목을 다질 때도 많습니다.
"
대기업 신규 사업팀이 대거 입주한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힐스의 인큐베이션센터 '아치'. 모리빌딩이 재개발해 완성한 도라노몬힐스 비즈니스타워 4층에 입주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치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만 내려가면 각종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 있는 '도라노몬 요코초'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치에서 복잡한 일 때문에 피곤함이 쌓인 직원들이 요코초에서 피로를 푸는 것이 이곳의 일상 중 하나다.
일과 거주·놀이(WLP)를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클러스터' 경쟁에 도쿄가 합류하고 있다.
도쿄 도심에서 추진 중인 복합개발 사업만 모두 54개에 달하는데, 대부분 계획 단계부터 이런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국내외 도시계획의 기본 콘셉트는 '용도지역'이었다.
상업이나 주거, 여가처럼 기능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고 기업은 업무구역(산업단지)에 집중 배치했다.
하지만 최근 이 트렌드가 깨지고 있다.
업무구역과 주거, 여가공간을 모아 소규모 클러스터를 하나의 도시 안에 여러 곳 조성하는 방식이다.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통한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복합개발 사업을 시도하고, 다국적 기업과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 조경가 아드리안 회제는 "WLP는 이미 세계적인 글로벌 도시 개발 트렌드"라고 밝혔다.
실제로 글로벌 선도 도시들은 신기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WLP 도시'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뉴욕도 월스트리트와 허드슨 야드 같은 업무공간 주변으로 하이라인 파크, 거버넌스 아일랜드, 리틀 아일랜드를 비롯한 20여 개 공원을 곳곳에 배치하며 직주락 근접 도시를 만들고 있다.
파리는 도시 어느 곳에 살아도 자전거로 15분 내 거리에서 생활하는 '15분 도시' 구축 계획을 2020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외국 투자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려면 이들처럼 'WLP' 도시로의 전환이 발등의 불이 됐다.
서울 서초동 정보사 용지부터 용산, 세운지구를 비롯한 대규모 개발 예정지에 복합 클러스터 콘셉트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WLP 도시
업무(Work)와 주거(Live), 놀이(Play)를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소규모 클러스터 형태로 개발된 융합 도시.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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