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부터 부동산 디벨로퍼가 아니라 산업 디벨로퍼다.

"
일본 3대 부동산 디벨로퍼 중 하나인 미쓰이부동산은 올해 초 '2030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회사가 나가야 할 목표를 '산업 디벨로퍼(industry developer)'라고 전격 선언했다.

단순히 '도시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 창출을 통해 글로벌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작한 도쿄의 재생작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체제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민간 디벨로퍼들이 도쿄 곳곳에서 개발사업에 앞장설 때 정부는 국가전략특별구역(규제철폐지역)을 비롯한 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미쓰이부동산과 미쓰비시지쇼, 모리빌딩 등 일본 주요 디벨로퍼는 본인들의 개발 포트폴리오를 도쿄 곳곳에 보유하고 있다.

미쓰이는 니혼바시와 도쿄 히비야 미드타운이 주력이고, 미쓰비시지쇼는 마루노우치에서 주로 활동한다.

롯폰기힐스 개발로 이름을 알린 모리빌딩은 도라노몬힐스와 아자부다이힐스로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중이다.

스미토모부동산(신주쿠)이나 도큐부동산(시부야)을 비롯한 다른 대형 디벨로퍼들도 도쿄 도심 중 일부를 맡아 부동산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가지 특징은 이들의 개발 형태가 점점 'WLP 클러스터'를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모리빌딩 한국지사장 출신이자 '도쿄를 바꾼 빌딩들' 저자인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전무는 "일본 부동산 디벨로퍼들 전략은 매력적인 공간을 개발해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라며 "부동산 가치를 높여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큰 그림은 한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별 '개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실제로 미쓰이부동산은 니혼바시 개발을 이끌며 이 지역을 생명과학·우주·푸드·모빌리티 산업기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산학관 협의체 '라이프사이언스 네트워크 재팬(LINK-J)'에 참여해 니혼바시에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할 수 있는 '라이프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한 뒤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 모리빌딩이 복합개발해 화제를 일으킨 아자부다이힐스에도 이곳을 '스타트업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장치가 곳곳에 깔려 있다.

모리빌딩은 이곳에 국제학교인 '브리티시 스쿨 인 도쿄'를 유치했다.

글로벌 기업인을 끌어모으려면 양질의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였다.

또 일본의 주요 벤처캐피털 70곳을 모은 도쿄벤처캐피털허브도 만들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섰다.


일본 디벨로퍼들의 또 다른 특징은 초기 개발 단계부터 운영까지 '수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지역별로 디벨로퍼와 입주 기업, 지방자치단체, 테넌트 등으로 구성된 타운매니지먼트(TM)를 두고 기업 유치 활동 경쟁을 펼친다.


[이윤재 기자 / 손동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