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을 모아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벤처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벤처캐피털(VC)이 기부금 지출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업계에서는 직원 연봉이 높고, 이익을 많이 내는 대형 벤처캐피털이 기부와 사회 봉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VC 20곳 중 대부분은 지난해 기부금 지출이 수백만 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성창업투자, SBI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 나우IB, 린드먼아시아, 플루토스투자를 비롯한 7곳은 지난해 기부 내역이 전무했다.


대형 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5억76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하며 'VC 기부왕'에 올랐다.

이 회사는 전년 대비 기부금 증가율도 271%에 달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나눔을 목적으로 주로 비영리 국제구호개발 단체에 기부했고,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기부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했고, 주요 임원들이 수십억 원대 보수를 받는 가운데 많이 번 만큼 기부에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그 뒤는 큐캐피탈파트너스(3억원)와 아주IB투자(1억2300만원) 등이 이었다.

아주IB투자 관계자는 "전년도 이익 규모 등을 고려해 기부금을 집행하고 있다"면서 "모그룹인 아주그룹의 비영리 단체인 아주복지재단을 통해 주로 기부하고 있으며 메세나를 비롯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엠벤처투자(2000만원), 스톤브릿지벤처스(1400만원) 등은 연간 기부금 액수가 1000만원 안팎이었다.


VC 모임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공시 의무가 없어 회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기부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 대형 VC 대표는 "상당수 VC가 정부 모태펀드나 연기금 자금을 바탕으로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원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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