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 청약 성공했다고 좋아했는데, 억장 무너진다”…절실한 IPO시장 자정 노력 [기자24시]

“중간이 없어졌다.

” 한 국내 증권사에서 기업공개(IPO) 관련 업무를 하는 임원이 기자에게 한 토로다.

현재 IPO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연초부터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공모주 시장은 무조건 청약만 성공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었다.


8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티디에스팜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7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이노스페이스(-20.44%)와 엑셀세라퓨틱스(-16.70)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며 급격히 시장이 냉각됐다.

8월에도 뱅크웨어글로벌(-1.56%)과 케이쓰리아이(-31.94%), 넥스트바이오메디컬(-18.28%), 아이스크림미디어(-29.69%) 등이 연이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불과 두 달 새 상장에 도전한 새내기주의 첫날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빠지는 경우가 속출하며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은 IPO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자초한 결과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가격을 높여 부르고, 상장주관사와 상장기업은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보다도 더욱 높여 잡으며 큰 거품이 발생했다.


여기에 단기 수익을 노리는 ‘단타족’이 몰리고 기관투자자는 치고 빠지기식 투자로 보유 물량 처분에 급급해 혼탁한 시장 환경이 만들어졌다.

결국 시장 침체를 부른 것은 참여자들의 고삐 풀린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46%), 시프트업(33%), 산일전기(42%) 등 올해 IPO 흥행에 성공한 기업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를 받는 기관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IPO는 단순한 투자 기회가 아니라 우리 증시에 새 종목이 편입되는 초석이다.

한편으로는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지탱하는 자금 회수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IPO 생태계가 원활히 유지되려면, 건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는 각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오대석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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