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교육개혁 보고서의 핵심은 입시 경쟁이 초래하는 한국 사회 여러 문제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는 끊자는 것이다.

입시 경쟁이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하고, 사교육비 부담이 결국 소득계층과 거주지역에 따른 진학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또한 입시 경쟁을 통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까지 계속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한은의 해법은 지역별 학령인구를 반영한 대학 신입생 선발이다.


사교육비가 출발점이다.

지난해 전국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월소득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이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2.6배 수준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가 읍면지역의 1.8배였다.


그 결과 상위권 대학 진학률에서 차이가 생겼다.

서울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서울대 진학생 가운데 서울 출신과 강남 3구 출신은 각각 32%, 12%를 차지했다.


한은은 상위권대를 향한 교육열이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할 뿐 아니라 저출생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양육비와 주거비 부담 탓에 출산 시기를 늦추거나 자녀 수를 줄이는 경향이 심해진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제안했다.

실제로 2018년도 서울대 입시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 합격자 비율을 해당 지역 고교 3학년생 비율로 조정해보니, 각 지역의 실제 서울대 진학률과 잠재력 기준 진학률 간 격차가 평균 64% 줄었다.

그만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됐다는 의미다.


한은은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도입하면 입학 정원 대부분에 적용돼 낙인 효과가 적고, 대학이 신입생 선발 기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을 확보해 포용적으로 공평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서울에 집중된 입시 경쟁을 지역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 집중, 서울 주택 가격 상승, 저출생과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교수님들의 결단으로 변화가 시작돼 특정 지역에 몰린 사교육이 전국으로 분산되고, 지방에서 입시를 위해 서울로 이주해올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내놓은 교육개혁 보고서에 교육계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한은이 교육 해법으로 제시한 '지역별 비례 선발제'에 대해 교육계에선 즉각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의 인재 선발 철학과 전략에 따라 기준이나 방법은 달라지는 것"이라면서 "대학이 처한 상황이 달라 대학이 자발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아니라 개천 상류에서 용이 나는 것이 고착화되는 점을 잘 짚었다"면서도 "현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할당해 선발하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역 격차를 입시제도로 해결하려고 했다가 성공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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