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까다로워지는 특허 등록심사
심사 때 활용하는 선행특허 대폭 늘고
기술조사원은 30% 감소...10명 중 8명은 학사
소요기간도 길어져 중소기업에 불리
中企 “인력 확충·선행특허 활용기준 정립 필요”
인천 소재 중소기업 A사는 지난 2021년 11월 소프트웨어 보안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을 받으려 했지만 2년 8개월 만인 지난달 24일 거절 통지를 받았다.
특허심사를 담당한 특허청 디지털융합심사국 측은 “이 특허는 기존에 나와있던 한국 특허 3개, 일본 특허 2개와 비슷하기 때문에 등록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허심사를 과도하게 해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기업이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심사를 받으려해도, 심사기관이 선행특허를 대거 심사에 활용해 등록 거절 이유로 삼는 등 심사가 과도해, 특히 중소기업에게 불리하다는 평가다.
특허심사기관의 인력 부족이나 전문성 문제로 인해 특허등록까지 소요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2일 매일경제가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허심사 때 활용하는 선행특허 개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허심사 청구건수는 2010년 14만3071건, 2015년 17만6346건, 2020년 22만3842건을 거쳐 작년 19만9979건으로 13년새 40%가량 늘었다.
반면 특허등록 심사 때 활용하는 선행특허인 ‘등록특허공보 내 선행기술조사문헌’은 2010년 21만8082개, 2015년 32만2820개였다가 2020년 52만1228개, 작년 53만6223개로 13년새 2.5배가 됐다.
하나의 특허를 심사할 때 등록 거절 이유로 삼는 선행특허 수가 폭증한 셈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예를 들어 A특허 등록 심사 때 A특허와 비슷한 B, C, D 특허를 찾아내 ‘이전에 등록된 특허와 비슷하거나, 기술이 진일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등록을 해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국 중소기업에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준영 이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허심사 때 활용하는 선행특허 개수가 늘어나면 특허등록이 과도하게 어려워지거나 권리 범위가 줄어들게 된다”며 “특히 중소기업이 특허를 해외 특허청에 출원할 때 특허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고, 경쟁기업이 모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커져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인력 부족과 전문성 문제 때문에 심사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특허가 포함하고 있는 기술을 면밀히 파악해 심사하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선행특허를 여러 개 활용해 처리하는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선행기술조사원 수, 즉 심사지원 인력의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특허청 심사관의 심사업무를 지원하는 선행기술조사원은 특허 심사기간 단축과 특허심사 서비스 품질 향상을 지원하는데, 이들은 지난 2019년엔 491명이었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는 367명로 오히려 감소했다.
선행기술조사원의 전문성 부족 문제도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심사 지원 인력 중 절대 다수가 학사 출신이다.
올해 6월 기준 특허 선행기술조사원 367명 중 학사가 294명이었고, 석사는 59명, 박사는 14명에 불과했다.
석·박사 출신도 어려운 특허등록 심사 지원업무를 대학만 졸업한 직원이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심사지원 인력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건 특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허등록까지 걸리는 기간도 대폭 늘어났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등록까지 걸리는 기간은 지난 2019년에는 15.2개월이었지만 올해 5월 기준 21.7개월에 달한다.
박 변리사는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특허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특허 목적과 개발 동기 등을 적극 참고해 이와 관련된 선행특허만을 활용해야 하고, 단순히 동종 분야라는 이유만으로 선행특허를 활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장은 특허심사 지원인력과 전문성 부족 문제에 대해 “세계적으로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기술 난이도와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어 특허 심사에 투입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인력이 확충되지 않으면 업무가 과중해지고 심사품질 향상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특허청도 우수 인력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낮아진 처우와 예산, 제도적 제약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국가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이고, 기업 경쟁력은 특허로 보호되는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심사품질 개선과 인력 확충은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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