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1만2000가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경. 매경DB

'3만7897채 vs 2만4821채'.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이 지목되자 정부가 입주 물량 통계를 근거로 들며 "충분하다"고 반박했지만 시장에선 정부 통계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 통계엔 실수요자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시장과 동떨어진 물량이 포함돼 과다 집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폭이 급격히 커지자 지난 18일 10개월 만에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집값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중 하나가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약 3만8000채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예상하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7897채다.

올해 2월 기준 집계다.




과다 집계라고 지적되는 이유는 여기에 공공임대 그리고 원룸 내지 투룸 규모가 대부분인 소형주택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 3만7897채에는 청년안심주택 8765채, 공공임대주택 2539채, 재건축·재개발 공공기여 임대주택 1772채 등이 들어 있다.


임대주택인 청년안심주택의 경우 전용면적이 23~60㎡로 제한돼 있다.

청년주택 외 임대주택엔 넓은 면적의 일반 아파트가 포함돼 있지만 이들 물량은 자산, 소득 등의 기준에 따라 입주 자격에 제한을 두고 다시 임대로 공급된다.

또한 임대 외에도 소형분양주택인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도 아파트 입주 물량에 포함된 상태다.

정부가 대중의 인식과 동떨어진 소형주택도 아파트로 집계하는 이유는 현행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공동주택 중 주거용 층이 5개 층 이상이면 모두 아파트로 분류한다.

가구별 면적이 크든 작든 무관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사실상 일반인들이 보기에 아파트가 아닌 주택들도 아파트로 분류한 뒤 입주 물량이 풍부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임대를 제외하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4821채로 감소한다.

내년 입주 예정 물량도 정부는 4만8329채라고 제시했지만, 임대를 제외하면 3만2306채로 줄어든다.

여기에 매년 철거되는 멸실 주택 수를 감안하면 순수하게 증가하는 물량은 더 적다.

멸실 주택 통계는 2022년이 가장 최신이다.

2022년을 포함해 5년간 연평균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5499채(소형주택 포함 수치)다.

같은 기간 연평균 멸실 아파트 물량은 7563채다.

이를 감안하면 매년 순증 아파트는 3만7936채다.


전문가들은 보다 획기적인 수준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22년 기준 93.7%다.

주택보급률은 전체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눠 100을 곱한 수치로, 가구 수 대비 주택 수를 나타낸다.

2019년(96%) 이후 3년 연속 하락 중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구체적인 공급 수치가 연구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주택보급률이 100%는 넘어야 집이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보급률이 100%보다 높아질수록 집값이 안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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