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밀리오피스 100조 시대 ◆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시장을 경험하며 잔뼈가 굵은 '래플스패밀리오피스(RFO)'가 내년 국내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 자산관리(WM)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와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 부를 축적한 기업 가문이 많아져 자산가들의 부의 승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11일 패밀리오피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본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규제를 100% 허무는 건 어렵더라도 합리적 수준에서 부의 승계가 가능해야 외국 슈퍼리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세제 인센티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에 일정 수준의 자산을 예치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 기업 가문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씨티·노무라·EFG은행에서 패밀리오피스 경력을 쌓은 '애스펜우드'의 알렉스 창 파트너는 "중동 부호들이 아부다비 대신 두바이를 택한 이유가 바로 '택스 프리(Tax Free)' 정책"이라며 "자산 규모가 최소 수천억 원인 기업 가문에 세제 혜택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명한 국제 금융 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 패밀리오피스 일부 기업 가문 고객은 홍콩에 계좌를 비치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 싱가포르 등 원하는 해외 시장에 계좌를 마련하고도 위탁 서비스는 홍콩에서 받는 것이다.


중국 초대형 증권사인 GF증권의 글로벌 사업부 'GF홀딩스'의 찰스 린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의 세금체계는 영국법을 따라가고 있다"며 "홍콩에 있는 금융계좌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싱가포르에선 시험을 쳐 라이선스(자격증)를 취득한 자만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창 파트너는 "글로벌 전문가들은 순환보직 프라이빗뱅커(PB)가 아닌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는 록펠러·카네기 가문처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 가문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단순 자산 증식에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 가문의 레거시(전통)를 계승하는 게 중요하다.


홍콩 정부기관인 '인베스트홍콩'의 제이슨 퐁 글로벌 대표(차관급)는 "레거시 계승을 위해선 자선, 교육 등 사회환원에도 힘써야 한다"며 "패밀리오피스가 기업 가문의 철학을 정립해줄 수 있는 전문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치먼 콴 래플스 CEO도 "레거시 계승을 위해 전문팀을 조성해 부의 승계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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