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동탄, 인천 등 공공택지에서 민간 사전청약을 접수한 단지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사전청약 취소 단지 5곳이 나왔습니다.

사전청약을 받고서 아직까지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단지는 24곳 1만2천여가구에 이릅니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을 받은 뒤 사업을 취소한 단지는 5곳 1천739가구이며, 이 중 사전청약 가구 수는 1천510가구입니다.

사전청약 취소는 지난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우미 린) 토지를 분양받은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한 뒤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이 아파트 사전청약 당첨자는 278가구였습니다.

사전청약으로 320가구를 공급한 경남 밀양 부북지구 제일풍경채 S-1블록도 올해 1월 사업이 취소됐습니다.

지난달에는 시행사인 DS네트웍스가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에 공급할 예정이던 주상복합 사업을 사전청약 2년 만에 취소했습니다. 사전청약 가구가 각 블록당 402가구로 총 804가구에 이르는 단지였습니다. 급등한 공사비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게 사업 중단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비슷한 시기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도 시행사 리젠시빌주택이 사업 취소를 선언했습니다.

리젠시빌주택은 홈페이지에 "최근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와 건설자재 원가 상승 등 불가피한 사유로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부득이하게 사업 취소를 안내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취소된 화성동탄2 단지는 지하 2층∼지상 8층 5개 동 119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며 108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했습니다.

정부는 부작용이 커지자 사전청약 제도를 지난 5월 폐지했습니다.

문제는 사전청약을 접수한 뒤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가 24개나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총 사전청약 가구 수는 1만2천827가구입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인천 영종국제도시,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오산세교2지구, 수원 당수지구 등에 아직 본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사전청약 단지가 몰려 있습니다.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1·2·5·6 블록 사전청약 가구는 합쳐서 1천14가구입니다.

공공분양 사전청약의 경우 본청약 시기가 밀리더라도 공공이 책임지고 아파트가 지어지기는 합니다. 정부는 사전청약을 취소하면서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공공분양 단지의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간 사전청약은 사업 취소나 위험으로부터 당첨자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민간분양 사전청약은 공공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돼 다른 사전청약은 물론 본청약도 신청이 불가합니다.

민간 사전청약이 취소된 당첨자들은 받게 될 구제 조치는 당첨이 무효가 되면서 청약통장이 부활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사이 청약통장을 해지했거나, 소득 수준이 높아졌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간을 넘긴 당첨자는 다른 단지에 청약 신청을 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을 모두 날려버리게 됩니다.

집값 급등기에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한 사전청약 제도가 애꿎은 서민 피해만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민간 사전청약이 도입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8월입니다.

처음에는 공공분양주택에 대해서만 사전청약을 받았는데, 공공 물량으로는 청약 수요를 잠재우기 어렵다고 보고 민간분양으로 확대했습니다. 정부는 사전청약을 6개월 내 의무적으로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공공택지를 싸게 분양했습니다.

이후 2022년 12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택지의 사전청약 의무를 폐지하면서 민간 사전청약은 1년 4개월 만에 중단됐습니다.

국토부는 취소된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를 구제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계속해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 이명진 기자 / pridehot@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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