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문자’ 파동의 진짜 본질은 무엇일까 [정치에 속지 않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난타전으로 흐르고 있다.

돌연 툭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와 이에 대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무응답을 놓고 끝장 공방이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중~하순 김 여사는 한 전 위원장에게 다섯 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한 전 위원장은 이른바 ‘읽씹’(읽었지만 답변 안함)을 했다.

김 여사가 보낸 문자에는 명품백 의혹에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 의사가 있다는 점, 사과의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는 점, 그럼에도 한 전 위원장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혹은 바라보고 싶은 세 가지 프레임이 등장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무엇으로 규정하고 있느냐는 거다.


첫 번째 프레임은 ‘읽씹’을 주목한다.

영부인이 중요한 현안에 대한 문자를 보냈는데 어떻게 여당 비대위원장이 무응답을 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다.

’읽씹’을 불경으로 보면서 이미 한 전 위원장를 둘러싸고 있던 ‘배신자론’과 연결시킨다.

여당내 친윤 정치인들의 시각이다.


또 대국민 사과를 통해 총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는데 ‘경험 부족’ 비대위원장의 미숙한 처리로 기회를 날렸다는 시각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당권 도전자들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2024.7.4. 연합뉴스

두 번째 프레임은 문자를 보낸 것과 이에 무응답한 사실이 ‘공개’된 점을 주목한다.

왜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공개됐느냐는 것데, 한 전 위원장 측에서 보는 시각이다.

특정 세력이 의도를 갖고 전당대회에 영향을 주려고 공개했다고 의심한다.

한 전 위원장 측은 문자 파동에 이어 불거진 제2의 연판장 추진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문자 내용의 골자는 사과 의사가 아닌 사과를 안 해야 하는 이유를 밝힌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지막 프레임은 김 여사가 문자를 보낸 자체를 주목한다.

대통령의 부인이 왜 여당 비대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냈냐는 것이다.

주로 야당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명품백 의혹의 심각성을 알았으면 스스로 사과를 하거나 대통령실 차원에서 판단해 처리할 일이지 왜 문자를 보냈느냐고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이같은 세 가지 시각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이런 갈등 상황 자체가 국민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이고, 또 한가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들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는 거다.

게다가 김 여사를 향한 야당에 공세에 빌미를 추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탄대로 “자해적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훈 MBN 앵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