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70억 히트' 여성용 흑채 남자의 섬세함에서 시작됐죠 [MD의 추천]


"뷰티 상품기획자(MD)로 발령을 받은 뒤 시장조사를 위해 동네 미용실을 돌아다니면서 아주머니들과 계속 대화를 했어요. 여성들 사이에서도 말 못하는 탈모 고민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라라츄 헤어쿠션' 기획이 시작됐죠."
이준영 롯데홈쇼핑 뷰티팀장은 단기간에 '매출 70억원 기록'을 세운 라라츄 헤어쿠션의 탄생 비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의 머리숱을 채워주는 일종의 '여성용 흑채'인 헤어쿠션을 개발한 것이다.

그는 "시장조사를 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협력사와 함께 제품 개발까지 성공한 사례여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0년 패션잡화팀에서 일을 시작한 이 팀장은 코치·토리버치 등 명품 브랜드를 최초로 론칭했을 정도로 유능한 MD였다.

그가 뷰티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8년이었다.

화장품에는 다소 서툴렀던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홈쇼핑에 나오는 뷰티 상품을 빠짐 없이 살펴보고, 뷰티 잡지도 따로 구독해서 정독했다.

틈날 때마다 화장품 쇼핑으로 업계 트렌드를 익혔다.

'라라츄 헤어쿠션'의 흥행은 우연이 아니었다.

2022년 뷰티팀장으로서 롯데홈쇼핑의 뷰티 전반을 이끌게 된 그는 '동지현 쇼호스트 섭외'와 '조선미녀 단독 론칭' 두 가지 굵직한 과제를 진두지휘했다.


동씨는 '연매출 4000억원' '분당 1억원 판매' 등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24년 차 스타 방송인이다.

이 팀장은 다른 방송에서 활약하던 그를 유치하기 위해 1년간 설득한 끝에 롯데홈쇼핑에서 '동지현의 뷰티컬렉션' 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홈쇼핑 뷰티 업계에서 상품을 파는 쇼호스트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천착한 일이었다.


이 팀장을 비롯한 뷰티팀은 섭외를 성사시키기 위해 동씨에게 단순 출연자를 넘어 상품 기획과 방송 진행 전반의 권한을 맡겼다.

가장 인기 높은 생방송 시간 중 하나인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에 고정 편성했고, 동씨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을 면밀하게 찾는 등 '동지현 맞춤형 방송'을 만들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방송 4회 만에 주문액 30억원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들보다 약 40% 높은 수준이다.


해외에서 K뷰티 브랜드로 인기몰이 중인 '조선미녀'를 홈쇼핑 단독으로 론칭한 것도 성과다.

조선미녀는 한방 원료를 현대인에 맞게 재해석해 오히려 외국에서 먼저 파장을 일으켰다.

2022년 미국 아마존에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선크림 판매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2020년 1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2000억원까지 치솟아 '중소 뷰티의 신화'로도 꼽힌다.


뷰티는 '홈쇼핑의 꽃'으로 비유되곤 한다.

백화점에서 명품이 소비자들을 유인해 전체 매출을 견인하듯, 홈쇼핑에서는 뷰티가 효자 품목이라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뷰티의 매력에 대해 이 팀장은 "화장품은 내 피부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비했던 기획 의도대로 설명을 하고, 그게 통했을 때의 희열감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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