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미국채·배터리 등
인기테마 중복상장 줄이어
유사상품 상장 제지 지적도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최근 자산운용사간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 경쟁이 과열되면서 동일한 테마의 상품이 중복되어 상장하는 등 ‘ETF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테마의 ETF는 2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 출시 이후 AI 수혜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자, 운용사들이 유사한 상품들을 동시에 내놓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의 자본(매매)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를 겨냥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도 19개에 달한다.

최근 월배당 투자가 대세가 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분배금을 늘린 커버드콜 상품은 18개로 적지 않다.


지난해 국내 증시를 뒤흔든 2차전지(배터리) 투자 열풍으로 2차전지 테마 ETF도 17개나 있다.

서학 배당 개미를 겨냥한 ‘한국판 슈드(SHCD)’판인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도 사실상 동일한 상품인데, 8개나 있다.

최근엔 비만치료제 테마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상품들이 여럿 상장되기도 했다.


과도한 업계 경쟁으로 기존 시장에서 성공한 안정적인 상품으로 점유율 확보에만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TF 시장은 2강 2중 4약의 치열한 경쟁 구도다.

5일 기준 상위 2개사의 점유율 차이는 3%포인트에 불과하다.

특히 5~8위는 1%포인트에 점유율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치열하다.


특히 주요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운용사들은 계열사 판매를 통해 안정적으로 잔고를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인기 상품을 출시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신규 아이디어, 모험 정신의 부재가 근본적 원인이란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에 없던 상품을 출시했다가 실패하면 조직에 큰 타격”이라며 “도전을 하는 게 조직 입장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사 상품의 범람으로 운용사간 경쟁은 독창적인 포트폴리오, 운용 방식이 아닌 수수료 등 규모의 경제와 연관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수료 인하는 투자자에겐 비용 부담 경감으로 좋은 일이지만,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운용사의 수익성 악화와 연관된다.


장기적으로 다채로운 상품 부재는 전반적인 ETF 시장 투자 매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액 상위 ETF 10개 중 한국 주식 시장을 테마로 한 상품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 단 하나뿐이다.

자금 유입 상위 상품 대부분이 미국 빅테크, AI 반도체 테마에 몰려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사 상품은 상장 쿼터를 줄여야 한다”며 “독창적 상품 출시로 시장을 개척하는 운용사엔 혜택을 부여하는 등 당근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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