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칠러.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급증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데이터센터에 LG전자가 대형 냉각시스템 공급의 물꼬를 트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앞으로 LG전자 공조 사업의 기업 간 거래(B2B) 부문 매출이 한층 커 나갈 수 있는 모멘텀을 잡았기 때문이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설비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에어컨에 더해 중앙공조식 칠러, 원전용 칠러, 빌딩관리솔루션(BMS) 등을 아우르는 모든 제품군을 확보하며 종합 공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LG전자는 북미 지역에 신설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도 고효율 칠러를 앞세워 공조시스템을 수주한 전례가 있다.

이번 계약으로 미국 데이터센터 첫 진입에 성공하면서 해외 매출을 확장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AI 바람을 타고 지난해 149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30년까지 303억달러(약 41조원)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칠러 사업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5% 이상이다.

같은 기간 관련 해외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업계는 이번 미국 데이터센터에 대한 공급과 관련해 LG전자가 해외 첨단 분야의 후방산업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미국 시장은 현지 기업인 캐리어, 다이킨, 앱실론 등 산업용 공조업계 강자들이 자리 잡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


후방산업은 까다로운 보안은 물론 제품의 높은 품질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공장 초기 설계부터 긴밀하게 장비와 설비에 대한 납품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급 이후 안정적인 유지보수 역량도 중요하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그동안 현지 업체들을 선호해온 이유다.

이 같은 높은 장벽을 넘어 LG전자가 굵직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한 비결은 기술력이다.

LG전자의 제품은 냉난방성능계수(COP)가 업계 최고 수준인 6.5로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간편하게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설계돼 부품 교체나 점검 작업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이번 계약을 체결한 성과를 발판 삼아 미국 현지에서 신뢰를 쌓고 사업 확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AI 시대를 맞아 전방산업과 후방산업 '투 트랙'으로 사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방산업의 경우 로봇, 자동차, 스마트홈 등 실생활에서 생성형 AI를 구현할 핵심 제품들을 강화한다.


후방산업에서는 칠러와 더불어 히트펌프 등 공조시스템을 중심으로 성장시켜 나간다.

특히 AI 서버의 경우 일반 서버 대비 전력이 6배 이상 소모되는 만큼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전력의 50%는 냉각용으로 사용되는 만큼 냉각시스템의 전력 효율성이 중요하다"면서 "열관리 기업이 갈수록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업계에서는 LG전자가 AI 전방·후방산업에 이르는 통합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놓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경우 차세대 성장동력인 히트펌프와 함께 중앙공조시스템인 칠러 제품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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