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을 향한 기대감에 촉발됐던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 행진이 가라앉고 있다.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퍼지고 있지만 중화권 증시가 반등하며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을 보였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189억원을 순매수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지난 2월 외국인들은 7조8583억원을 사들였으나 석 달 만에 1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3조3727억원까지 버텨냈지만 이달 들어서는 46.07% 감소하며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최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팔아치우는 대신 SK하이닉스를 매집하고 있다.

이달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2043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SK하이닉스는 1조704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중순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6.02%까지 올랐지만 외국인이 지분을 줄여나가면서 28일에는 55.63%까지 축소됐다.


지난해 말 52%대에 머무르던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3%포인트나 오르면서 28일 기준 55.53%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 33.6%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이날 40.82%를 기록했다.


기아 역시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연초 39.3%에서 이날 41%까지 확대됐다.


글로벌 자금은 한국보다 중국과 대만 증시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글로벌 주식형 펀드자금은 중국과 대만 증시에 각각 41억4000만달러와 62억2000만달러가 유입됐다.

이 기간 한국 증시에는 17억달러어치 자금이 들어가는 데 그쳤다.

대만 증시로 향하는 자금은 지난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집계치가 25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순증하고 있다.


대만 증시가 주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TSMC를 중심으로 순항하면서 글로벌 자금 유입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중국 증시에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글로벌 주식형 펀드자금 34억6000만달러어치가 들어갔으나 최근 들어 조정을 겪으며 유입 규모가 줄어드는 중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부터 중국의 경기 회복 모멘텀이 강화되고, TSMC 주가 랠리 기대감이 부상하면서 한국보다 중국과 대만으로 수급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엔비디아의 납품 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등 한국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서 소외됐다는 인식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부활하면서 앞으로는 국내 증시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중화권에 밀려 단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가격 측면에서의 장점이 부각될 거라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은 4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인 2.3%를 기록하는 등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글로벌 자금의 '중화권 쏠림'이 잦아들 수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꺾이고 달러 가치도 약세로 접어든 구간이기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등 이머징 마켓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TSMC 등 AI 관련 종목들이 정점에 올랐다는 분위기가 있고 중국 역시 경기 부양책 효과가 단기적으로 강하게 반영됐기에 6월에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한국으로 자금이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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