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청 “기업성장이 가계자산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밸류업 목표”

28일 금투협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 개최

일본 정부가 밸류엄 정책의 목표로 기업성장이 가계자산을 늘리고, 이렇게 늘어난 자금이 다시 증시를 통해 기업에 투자돼 기업을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조인 일본판 밸류업 정책인 ‘자산운용 입국(立國) 정책’(이하 입국플랜)과 관련해 일본 금융청 인사가 강조한 내용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총리부터 직접 나서 해외투자자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일본 밸류업 정책에 대해 주제발표를 맡은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은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개선 프로그램을 발표한 뒤 3만2000엔 수준이던 주가지수가 4만엔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시다 정부의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덕택에 최근 1년간 전세계 투자자들이 투자처로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등 의원들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유관기관과 증권·운용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호리모토 국장은 기시다 내각이 중점적으로 내세운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아래서 다양한 입국플랜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근로자들의 전체 임금의 흐름을 기존의 예금에서 투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포함한 종합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했다”며 “개혁 대상에는 금융기관, 자산운용사, 자산소유, 투자주체인 가계까지 모두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또한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국내외 투자자들과 긴밀한 의사소통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성공적인 정책 사례로 꼽았다.


호리모토 국장은 “지난해 가을 총 자산을 합하면 3000조엔이 넘는 글로벌 투자자들과 기시다 총리가 재팬위크라는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일본 가계가 투자의 결실을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가정이 투자에 크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자금을 형성할 수 있는 투자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일본판 ISA)를 통해 비과세 한도를 1800만엔까지 늘려 젊은 시절부터 소액투자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NISA에 가입한 계좌는 2000만개 수준으로 18세 이상 국민 5명 중 1명이 투자 중인데 이를 앞으로 5년 안에 3700만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투자문화 개선을 위한 금융교육 강화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오는 8월에는 이를 위한 전문교육조직을 가동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호리모토 국장은 “일본기업이 성장하면서 획득한 과실을 가계가 맛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일본이 거래소를 기존 4개 부문에서 3개 부문으로 개편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소형사가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호리모토 국장은 “오히려 반대”라며 “일본의 마더 마켓에는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이 소규모로 상장하고 있다.

(1부 시장인) 프라임마켓은 전세계에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주요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보는지와 그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글로벌 투자자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그들의 입장에서 기존의 일본은 전세계에 많이 있는 시장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이 싱가포르, 홍콩 등과 유사한 정책을 편다면 그들의 주목을 끌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의 나라 중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을 왜 선택할지, 일본의 강점을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강조할지를 따져보고 (일본 증시만의) 강점을 찾아내는 것에서 입국플랜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두번째로 한국 밸류업 정책에 대해 발표한 전은조 맥킨지앤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밸류업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치겠다는 액션이 더 많아 보이는데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가치 제고는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라며 “중요하지만 단기 해결이 어려울 수 있는 거버넌스 개선, 세제 등 한국 시장 특유의 사회적 문제는 별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금융위원회와 업계, 학계,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지산 키움증권 상무는 “밸류업을 위해서는 장기 투자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등 투자자들을 위한 당근도 필요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비과세 장기주식형 펀드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최근 정부에서 논의가 나오고 있는 이사회의 소액주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과 관련해 “이사가 정상적인 판단을 했을때 책임에서 면제시켜주는 식의 제도도 같이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자본시장 밸류업은 단순히 기업, 투자자 차원의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시대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경제 선순환 정책”이라며 “협회와 금융투자업계도 부동산에 편중돼있는 가계자산이 생산적 금융인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