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별로 주거래 상위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원화 대출, 지급 보증 등 신용공여액이 1년 새 12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금융지주들은 현지 당국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대기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늘어나면서 향후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매일경제가 국내 4대 은행별 상위 10대 주채무계열 그룹에 대한 신용공여액을 취합한 결과, 신용공여액 합계 총액은 119조696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1.5%(12조3365억원) 늘어났다.

주채무계열은 매년 금융감독원에서 총 차입금과 신용공여 잔액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기업 집단을 뜻한다.


잔액 기준으로 4대 은행 신용공여액 1위 대기업 집단은 삼성이다.

올 1분기 말 4대 은행에서 삼성에 내준 신용공여액은 20조145억원으로 집계되며 1년 전보다 2조2136억원(12.4%) 늘었다.

뒤를 이어 △SK 19조7056억원 △현대차 14조7315억원 △LG 11조9253억원 순이다.

대부분 대기업 집단의 은행 신용공여액이 늘어나는 가운데 현대차만 유일하게 1조8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집중 관리하면서 은행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기업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 역시 시장 조달 여건이 악화되며 안정적인 은행 차입을 택했다.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전 분기보다 1.89%(25조3710억원) 늘어난 1338조8725억원이었다.

반면 가계대출은 919조2028억원으로 증가율은 0.35%(3조2441억원)에 그쳤다.


다만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가 은행의 건전성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대기업 업황이 악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이 같은 위험 요인을 담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신한·우리금융 등은 기업에 대한 대규모 익스포저가 부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정해 소수 대기업 차주에 집중된 기업 여신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명시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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