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둘째)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를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장비를 살펴봤다.

왼쪽부터 안드레아스 페허 자이스SMT 최고경영자(CEO), 이 회장, 카를 람프레히트 자이스 CEO,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신임 CEO.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 자이스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만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3㎚(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에서는 승산이 충분하다는 게 삼성전자 판단이다.


28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고자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EUV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에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자이스를 찾으며 공정·수율 개선을 꾀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이스와 협력해 차세대 반도체 성능 개선과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을 달성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주도하고 연내에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TSMC가 1.6나노 공정 로드맵을 밝히면서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앞서 TSMC는 2026년 하반기부터 1.6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삼성전자처럼 동일하게 2나노(2025년)와 1.4나노(2027년) 공정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부터는 앞서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 개발한 GAA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전력 효율과 성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양산에 성공했다.

파운드리 공정에 GAA 기술을 적용한 것은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경쟁사인 TSMC는 2나노부터 GAA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TSMC보다 낮은 수율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수율 개선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 기술과 첨단 장비 협력을 확대해 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반도체 공장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시범 적용한다"고 말했다.


미세 공정 난도가 높아지며 패키징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3차원(3D) 패키징 기술인 엑스큐브(X-Cube) 개발·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도 지난해 2월 충남 온양·천안 패키징 사업장을 찾아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의 흔들림도 있어선 안 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조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기흥사업장에 R&D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이 회장이 기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만나면서 AI 반도체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2월엔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났다.

지난해에는 페터르 베닝크 ASML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했다.

특히 네덜란드 출장을 마치고선 "(출장 성과는)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9년에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시스템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투자 규모를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렸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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