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소주가 지방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소주 시장이 '1강1중다약' 체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로 소주시장 전체가 정체된 가운데 참이슬·처음처럼 등 대형 주류 업체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지방을 기반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던 지역 소주는 지난해 줄줄이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2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내수시장에서 거둔 소주 매출은 1조2254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2021년과 비교해서는 11.9% 늘었다.

롯데칠성음료 또한 매출이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주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22.4% 급증해 3387억원을 기록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와인·위스키가 잇달아 인기를 끌면서 소주시장 전체는 2조~3조원(소매점 기준)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구 소주의 매출이 급등하는 것은 그만큼 지역 소주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지방에 거주하는 젊은 층은 지역 소주 못지않게 전국권 소주를 선호한다"면서 "지역 소주가 수도권 진출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지만 유통망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역 소주 업체들은 줄줄이 악화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좋은데이'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무학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호남지역의 소주 대명사 '잎새주'를 제조하는 보해양조는 지난해 매출이 9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2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대구·경북지역의 소주사인 금복주는 지난해 매출이 5.7%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95.7% 급감했다.

대선주조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3.7% 급감했고, 선양소주와 한라산은 적자전환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형 주류회사의 경우 '제로칼로리' 소주를 선보이거나 다양한 과일향을 섞은 소주를 선보이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지역 소주는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신제품 개발보다는 대형 모델을 기용하는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해석했다.


주류업계는 전국구 소주가 지방에서 열풍을 보이면서 지역 소주가 유탄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참이슬·처음처럼 등은 카스·테라·켈리 등 맥주와 '소맥' 컬래버 마케팅을 통해 지방으로 판매 영역을 꾸준히 넓힌 반면 지역 소주 주요 소비자층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어 점유율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소주 소매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59.7%, 롯데칠성음료는 18.0%에 달한다.

양사가 전체 소매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면서 가정용뿐만 아니라 식당 및 주점 등으로도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주류사들의 영업력이 지방에서도 강화되면서 지역 소주는 영업점 매출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품업계는 지역 소주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로코노미' 열풍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로코노미는 지역을 의미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신조어다.

최근 들어 고물가와 고환율로 국내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지역의 음식 문화를 즐기려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 만큼 지역 음식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선양소주는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 '플롭선양'을 개설했는데 불과 3주 만에 누적 방문객이 1만7800명에 달할 만큼 주목을 끌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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