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10조 한도 늘렸듯 … 산은 자본금 키워 기업 지원여력 확보

◆ 반도체 보조금 경쟁 ◆

KDB산업은행의 자본금이 10년째 30조원에 묶이면서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지원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등 경쟁국이 산업 패권을 쥐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책금융기관의 국내 혁신산업 지원이 자본금 법정 한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법정자본금은 26조원으로 한도인 30조원까지 4조원만을 남겨두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4조원의 여력이면 다양한 정책금융을 집행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만 약 9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본격적인 보조금 전쟁에 들어갔다.

일본 역시 전체 투자금의 40~50%까지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반면 한국에는 이와 같은 보조금 자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해외 보조금 정책에 맞대응할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 지원책이다.

그러나 자본금 한도가 90% 가까이 차가면서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혁신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산은법을 개정해 법정자본금을 증액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은행 자본금 한도는 2014년 이후 1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이들에 납품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저리 대출을 해주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지난 2월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산업은행의 자본금 한도 증액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수은과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에도 최소 10조원가량의 법정자본금 증액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음달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상임위 등 원구성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 증액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 논의는 하반기나 돼야 착수가 가능하다.

세수 부족으로 인한 정부의 지원 여력 부족도 숙제다.

정부의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때를 제외하고 가장 큰 폭의 적자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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