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맨 오른쪽)과 면담하고 있다.

이날 양국 장관은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글로벌 강달러 기조에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요동치던 원화값이 모처럼 반등했다.

외환당국 수장들이 뒤늦게 구두 개입에 나서며 일단 원화값 하락세엔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최근 원화 변동성 급증이 우리 경제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환당국이 대외 여건 탓만 할 게 아니라 한층 강화된 시장 모니터링과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오른 138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부터 7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우던 원화값은 전날 장중 한때 '위기 변곡점 환율'이라 할 수 있는 달러당 1400원까지 밀리며 금융시장 불안감을 높였다.

이날 원화값은 8거래일 만에 오름세를 나타내며 장중 1382.8원까지 올랐었지만 오후 들어 상승세는 꺾인 모습이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어제에 이어 오전에 또 한 번 당국의 구두 개입이 있었고 국제유가가 사흘 연속 하락하며 중동 정세가 진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안도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화값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은행에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원화와 엔화 가치가 급락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구두 개입'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공동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원화값과 관련해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달러화 강세뿐만 아니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변국(일본과 중국)의 엔화와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이틀 연속 구두 개입으로 이른바 '묻지마식' 달러 매수세는 진정됐지만 외부 충격에 따라 다시 1400원대로 원화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화값이 거래되는 주요 레벨도 과거 대비 약세인 1370~1380원에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일례로 작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미국 10년물 채권금리가 5% 선에 근접해 달러인덱스가 107 선이었을 때 원화값은 달러당 1350~1360원대였다.

현재는 중동 지역 불안 요인에 이란이라는 요인이 추가됐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인덱스는 작년 10월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원화값은 달러당 1380~1400원에서 거래됐다.

이달 들어 원화값의 전일 대비 변동폭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약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현재 원화 약세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여기에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등 예측이 쉽지 않다는 외부 변수가 더해져 원화값이 휘청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불안을 부추겨선 안 되지만 강달러나 주변국 통화 약세 등 '대외 요인' 때문이니 크게 염려할 것 아니라는 식도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임영신 기자 / 한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