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커진 나랏돈 씀씀이에 국채 발행이 늘면서 내년 정부가 갚아야 하는 국고채 물량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더불어민주당 공약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야권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매일경제가 기획재정부 국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내년 국고채 만기 상환액은 올해보다 21.6% 늘어난 104조2000억원(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날 기재부가 발간한 '2023 국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부가 내다본 내년도 국고채 만기 상환액은 101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올해 2월 기준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상환 규모가 두 달 새 2조5000억원 더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며 올해 총지출 증가율을 2005년 이후 최저 수준(2.8%)으로 묶었다.

국고채 발행도 줄이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 집권기인 2021년 국고채 발행은 180조5000억원으로 고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165조700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미 막대하게 찍은 국고채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국고채 상환액은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랏돈을 풀며 지난해 86조원으로 급증했는데, 내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선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부터 2027년 임기까지 갚아야 할 국고채 규모는 332조2000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만 해도 2023~2027년 만기 도래 국고채 규모는 115조2000억원으로 예측됐다.

당시 확장 재정에 속도가 붙으며 불과 7년 만에 상환 규모가 3배 뛰어오른 것이다.


문제는 국고채 만기가 대거 다가왔는데, 재정 건전성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가 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1년 새 59조4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50.4%)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나랏돈을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다 다음달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공산이 크다.


재정준칙은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는 근거법인데,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중장기 관점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재정준칙을 지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난에 빠진 공기업도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2700억원 규모로 2년 만기 브라질 헤알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비금융 공기업이 헤알화 채권을 내놓은 것은 처음인데, 2020년 이후 발행한 사모채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LH는 올해 3기 신도시 조성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연내 최대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해외 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매출 13조8840억원, 영업이익 437억원, 당기순이익 5158억원으로 2009년 LH 통합 출범 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김정환 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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