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형 가뜩이나 힘든데”…야당 압승에 ‘속앓이’ 하는 유통업계

지난 1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4·10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승리로 끝나면서 유통산업법 등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유통업계가 아쉬움을 애써 감추고 있다.

정부 주도의 ‘영업규제 개선’으로 의무휴업일 규제 등이 폐지될 조짐이 보였으나, 야권이 그간 개정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까닭이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고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발의된 뒤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내달 29일까지가 임기인 21대 국회 문턱을 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유통산업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하고, 매달 의무휴업일을 2일 지정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간 대형마트 업계는 이와 관련, 주로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에 휴업을 해왔다.

소비자로서는 마트 휴업 여부를 종종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휴업인지 모른 채 마트를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빈번했다.


12년간 시행되던 이 제도에는 지난 1월 말 변화가 생겼다.

국무조정실 주도로 이뤄진 규제 개선안 공표에 따라 의무휴업일은 공휴일을 원칙으로 하되, 지자체장과 이해당사자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로 지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전국 기초 지자체 76곳이 이에 응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평일에 휴업하고 주말에 정상 영업하는 대형마트도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에는 관련 법이 국회를 거쳐 온전히 폐지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대형마트의 매출은 주말이 평일의 1.5~2배 수준이다.

평일로 (휴업일을) 바꿀 수 있게 된 건 큰 의미”라면서도 “대기업이 아니어서 법을 적용받지 않는 동네별 대형 할인마트 등과 견주면 역차별”이라고 토로했다.


야권에서 관련 법 폐지에 반대하는 건 전통시장과 재래시장 등 중소상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유통산업법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각 지자체별 유연한 조처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바꾸긴 힘들더라도) 각 지자체장의 조례 변경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할 수는 있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곳에서 의무휴업일 변경 등을 조금 기대해볼 수는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에서 조사해보니 의무휴업일이 변경된 요일에, 즉 일요일에 문을 열었더니 실제로 그 지역 상권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더라. 이런 연구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다”며 “지자체장이 이런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계속 추진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이번 주말, 일요일에 우리 동네 대형마트가 쉬는지 안 쉬는지 업계 종사자인 저도 달력 보면서 두 번째 주인지, 네 번째 주인지 살펴본다”며 “소비자 편의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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