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너무 올라 부담스러운데”…저평가 미국주식 뭐 있나 보니

구글·브로드컴·버크셔해서웨이
서학개미 방어주로 ‘딱’
미국주식 보관액 사상 최대
AI 성장주 쏠림현상 지나쳐
순익 늘고 PER 낮은 주식 관심

올 들어 국내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미국 주식으로 갈아탄 ‘서학개미’ 김 모씨(48)는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을 지난달 대거 샀다가 후회 중이다.


그의 주식 포트폴리오 ‘바구니’엔 슈퍼마이크로컴퓨터, ARM,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담겼는데 지난 3월 중순 이후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세 종목 주가가 모두 빨간색(상승)아니면 파란색(하락)으로 매일 비슷해 고민”이라며 “AI 주식들도 최근 주가 거품론이 나오고 있어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위해 저평가된 종목을 추가로 매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김씨처럼 미국 주식 중 AI 회사 등 성장주식(성장주)에 ‘풀베팅’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서학개미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지난 3월 말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미국 주식 투자 보관 규모는 748억2886만달러(4월 9일 환율 기준 101조3182억원)로, 1년 새 30%나 늘어났다.


AI를 중심으로 미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은 데다 ‘강달러’로 인한 환율 차이 이득(환차익)까지 더해져 서학개미 매수 강도가 올해 유달리 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성장주 중심의 ‘쏠림현상’은 주가 조정 시 상대적으로 투자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평균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으면서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높은 주식은 전체 포트폴리오를 방어할 ‘수비수’로 주목받는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톱10 중에선 알파벳(구글)과 버크셔해서웨이(버크셔) 브로드컴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서학개미 주식 톱10 중 8종목 고평가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들은 주가 조정 시 더 많이 하락한다.


이 같은 투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고평가와 저평가 여부를 따지며 이때 핵심 지표 중 하나가 올해 예상 PER이다.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 결제(매도 금액을 뺀 순수 매수액) 기준 최선호주는 테슬라(9억6420만달러)다.


2024년 말 예상 PER이 60.74배에 달한다.

순이익 대비 주가가 61배에 가깝다.


미국 우량 상장사 500곳을 묶은 S&P500의 PER이 28.24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평균 대비 2배가 넘게 고평가된 셈이다.


AI 관련주도 거품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운 PER을 보여준다.


서학개미 순매수 2위인 엔비디아의 경우 2024년 예상 실적 기준(회계연도로는 2025년 1월 말 결산) PER이 35.15배로 주가가 비싼 상황이다.


다만 엔비디아는 올해 예상 EPS가 24.79달러로, 2023년(12.03달러) 대비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여 고평가 논란을 피해가고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MS도 PER이 36.4배로, 엔비디아보다 높다.


순매수 4위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본업이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사업이지만 비트코인 사 모으기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유한 비트코인의 25%를 올해 매입 완료했다.

이 상장사 비트코인 보유량은 21만4246개다.


코인 가격에 따라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올해 예상 PER이 963배에 달해 대표적인 고평가 주식이다.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은 서학개미 매수 9위에 올랐으며 올해 PER이 108.43배다.


비만약 개발사 일라이 릴리 역시 PER이 62배를 넘는다.

올해 서학개미 매수 톱10 종목 중 8종목이 시장 평균(28.24배)을 넘고 있다.


검색 유료화에 AI 전력투구 구글 PER 21배
빅테크 중 올해 예상 PER이 20배 수준으로 올해 EPS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보이는 곳으로 구글이 꼽힌다.


구글을 매수해야 하는 이유로는 주력 사업인 검색을 유료로 전환할 예정인 데다 AI에 전력투구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은 새로운 AI 비서 ‘제미나이’를 활용해 검색 기능을 유료로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다.


기존의 ‘무료 도서관’을 유료화하겠다는 것으로, MS가 AI 서비스 챗GPT를 통해 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탄력을 받고 있다.


구글은 넷플릭스와 함께 일반 소비자 구독경제의 투톱이다.

현재도 유튜브 영상을 광고 없이 보려면 매월 돈을 내야 한다.


이 같은 유료 프로그램에는 구독자의 음악 성향에 따른 ‘유튜브 뮤직’과 동영상 무제한 다운로드 등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구글은 여기에 AI 검색 기능을 추가해 월 구독 가격을 인상시키거나 별도의 검색 유로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의 지배자’ MS의 고객이 주로 회사인 것과는 결이 다르다.

어쨌든 구글과 MS는 AI를 놓고 구독자 영입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챗GPT의 원천 기술 격인 ‘트랜스포머’가 구글의 작품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이제 AI 원조 구글이 움직이고 있다.


혁신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부서 간 칸막이었지만 구글은 이를 과감히 없앴다.


작년 4월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라는 두 AI 사업부를 합병한 것이다.


2011년 설립된 구글 브레인은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 다양한 기술을 검색과 유튜브 등에 적용하는 일을 해왔다.


딥마인드는 사람처럼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AI 개발을 목표로 삼아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들었지만 수익성 있는 모델이 나오지 않았다.


구글의 대표 AI ‘제미나이’는 쌍둥이를 뜻하는 별자리에서 유래했다.

결국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를 완벽하게 통합시켜 제대로 돈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월가가 바라본 구글의 올해 예상 EPS는 7.06달러로 2023년(6.12달러) 대비 15.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71배로 경쟁사 MS(11.32배)보다 저평가된 상태다.


지난 8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구글의 주가는 12.5% 올랐다.

MS의 경우 같은 기간 상승률이 5%에 그쳤다.


최근 AI 관련주가 실적 대비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주가가 많이 오른 MS가 조정받고 덜 오른 구글이 많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6년 새 배당금 3배 오른 성장주 브로드컴
성장과 배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AI 관련주로 브로드컴이 있다.


1991년 설립된 브로드컴은 통신용 반도체와 메인 프레임 컴퓨터, 클라우드 관련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다.


주요 고객으로 애플과 삼성전자, 오픈AI 등이 있다.

오픈AI는 MS와 챗GPT를 개발 중인 회사로 최근 브로드컴의 중요한 고객이 되고 있다.


브로드컴의 최고경영자(CEO)인 혹 탄은 2024년 매출 중 25%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2022년 AI 관련 매출 10%, 2023년 15%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수치다.

구글과 MS가 AI 시장에서 싸울수록 브로드컴 실적은 올라가는 구조다.


브로드컴의 회계연도 결산은 매년 10월 말이다.

올해 예상 EPS는 46.91달러로 작년보다 38.7%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주가는 23% 올랐다.

AI 관련주 가운데 올 들어 2~3배 오른 주식이 속출하는 와중에 덜 오른 편이다.


올 10월 말 예상 PER과 PBR은 각각 28.48배와 9.55배로 다른 빅테크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로드컴이 포트폴리오 보호 차원에서 대안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높은 배당 성장성 덕분이다.


주가가 많이 하락해 배당수익률이 올라가는 ‘착시’에서 벗어나려면 배당금이 얼마나 꾸준히 상승하는지를 봐야 한다.


지난달 브로드컴은 분기 배당금으로 주당 5.25달러를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올해 사상 처음 연간 배당이 20달러를 넘어 20.8달러(블룸버그 기준)로 추정된다.


2018년 기준 연간 배당이 7달러였으니 6년 만에 배당금이 3배가량 오른 것이다.


올 들어 서학개미 순매수 11위에 브로드컴이 오른 것은 이 같은 성장성과 배당 매력이 뛰어난 덕분이다.


서학개미 순매수 20위로 떠오른 버크셔
워런 버핏이 CEO로 있는 버크셔에 대한 서학개미 선호도는 높지도 낮지도 않다.


버크셔가 AI와 같은 신성장동력으로 급성장하는 회사도 아니어서 주가가 급등할 일이 별로 없어서다.


워런 버핏이 그토록 강조하는 배당도 주지 않는 ‘특이한 주식’이기도 하다.


상장 이후 한번도 주식분할을 하지 않아 의결권이 있는 A주의 경우 주당 가격이 62만8640달러(약 8억5000만원)에 달한다.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다면 B주는 지난 8일 기준 416달러다.

경기방어주로서 B주가 올해 서학개미 선호도 20위에 오른 것이다.


버크셔는 보험업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지주회사다.


보험회사인 게이코를 비롯해 건전지 업체 듀라셀, 철도회사 BNSF 레일웨이, 석유화학사 루브리졸 등 6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이 같은 사업회사와 투자수익으로 구분된다.

투자수익에는 애플과 같은 다른 회사 투자수익이 회계상으로 반영된다.


경기방어주로 불리는 이유는 경기가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사업회사 실적이 늘어 주식 투자 손실을 상쇄하는 구조여서다.


경기가 나빠도 철도 이용이나 에너지 소비는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올 들어 서학개미들도 버크셔를 담아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더하려하는 것이다.


특히 보험 등 주요 고객으로 부터 받은 현금을 쌓아놓고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들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예상 PER과 PBR은 각각 23.29배와 1.51배로 상대적 저평가 영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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