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살겁니다”…거짓말 들킨 집주인, 세입자에 1100만원 물어줄 판

임대차 분쟁[사진 = 연합뉴스]
아파트 소유주가 “자신이 직접 살겠다”며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뒤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가, 기존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할 처지에 놓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8단독(김정운 판사)은 세입자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100만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3월께 B 씨 소유의 경기 용인시 아파트를 보증금 4억1000만원에 임차해 2년간 거주하기로 했다.

B씨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2021년 2월께 A씨에게 ‘내가 아파트에 직접 거주할 계획이니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내용 증명 우편을 보냈다.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는 행사할 수 없었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2021년 4월 아파트에서 퇴거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살겠다던 B씨는 두 달 뒤인 그해 6월 다른 세입자 C씨를 새로 들였다.

보증금은 A씨보다 50% 올린 6억4000만원이었다.

만약 A씨가 재계약했다면 보증금을 최대 5% 밖에 못올리는데, C씨에게 보증금을 크게 올려받은 것으로 미뤄, 보증금을 올리기 위해 A씨를 내보냈다는 추정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A씨는 B 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씨는 “A씨와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실제 해당 아파트 거주하다가 이직하게 돼 부득이 C씨에게 임대하게 됐다”면서 “임대차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퇴거하고 C 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입주 신고하기까지 B씨 등 다른 사람이 입주 신고를 한 사실이 없는 점, 이 기간 세대 관리비도 거의 발생하지 않은 점, A씨가 퇴거한 후 B씨가 내부 수리 공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대한 점 등을 고려해 B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봤다.


손해배상액은 1100여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B씨가 제삼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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