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3%대 물가…예측 불확실성도↑
중동 불안…유가 100달러 돌파 전망 나와
美경제 여전히 강해…금리 인하 기대 후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올해 1월, 2월에 이어 10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8%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소비 침체로 내수 회복세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면서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2.8%로 낮아졌다가 2월에 3.1%로 올라선 뒤 2개월째 3%대를 이어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물가가 여전히 한은의 목표(2%)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의 추가 둔화를 확인하면서 2분기 중에는 금리 동결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관련해 “하반기 전기, 가스요금 그리고 서울시 지하철 요금 인상 등이 이뤄질 경우 8월 이후의 둔화는 더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며 “한은이 금리 인하 조건으로 물가가 2%로 간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는 빨라야 8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호조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것도 이날 한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6월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는 분위기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3.4%)와 전월(3.2%) 수치를 모두 웃돌았다.


가계 빚도 경제에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4%를 기록해 여전히 100%를 웃돌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 둔화에 대응해 선제적인 금리 인하도 대외 여건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등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도 뛰면서 유가 100달러 전망이 나오는 등 물가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오는 8~9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를 감안할 때 한은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등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3.6원 상승한 1367.7원에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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