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격은 34년 만에 최저인 달러당 153엔을, 원화가격은 1년5개월 만에 최저인 달러당 1364.1원을 기록하는 등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가 예상을 웃돈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인해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달러당 원화가격이 1360원대로 추락했다.

엔화 역시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엔화는 달러당 153엔대로 급락하며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명확해질 때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엔과 원 등 아시아 통화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을 전망이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내린 136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격은 올 들어 약세를 나타내며 줄곧 13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원화 가치가 급락한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깨졌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2월 CPI가 예상보다 견고했는데도 계절적 요인 등을 거론하면서 의미를 축소해온 까닭에 시장은 3월 CPI를 주목했지만 결과적으로 연준이 틀린 셈"이라며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산산조각 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사실상 제로(0)이고 7월에도 인하가 어렵지 않겠냐는 시장의 실망감이 원화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날 원화가격은 장중 한때 1365.0원까지 떨어지면서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다만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화만 약한 상황이 아니라 엔화와 위안화도 동반 약세라 당국이 달러 매도 등 개입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엔화도 초약세를 보였다.

달러당 엔화가격은 미국 시장 장 마감 무렵인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께 153.20엔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저치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당분간 축소되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일본 외환 당국이 이날 오전 "과도한 움직임에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가격은 이날 오후에도 여전히 153엔 안팎에서 거래됐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전까지 원화 가치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지연은 원화 약세 부담을 높여 원화가격이 138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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