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최후통첩”…총리랑 30분간 통화하며 경고 날렸다

이스라엘의 구호차량 오폭 후
사흘 만에 약 30분 간 통화

바이든,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지원 정책’ 전환 가능성 시사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커비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2024.04.05 [사진 = EPA 연합뉴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이 오는 7일로 6개월을 맞는다.

휴전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미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지원이 항상 무조건적이지는 않다”는 아주 드문 경고를 날렸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로 직접 전한 ‘레드카드’다.

이스라엘은 통화 후 몇 시간 만에 인도주의 통로를 확장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 공격 계획을 변경하거나 즉각 휴전을 결단할 지는 미지수다.


4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약 30분의 통화를 요약한 내용을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지난 1일 월드센트럴키친(WCK) 구호차량 오폭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스라엘의 관련 조치 마련과 실행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주의 지원의 극적인 증가와 민간인에 대한 폭력 감소, 국제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즉각 휴전도 요구했다.

그는 “지체없는 인질 협상 타결을 위해 협상 대표단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계획도 지연시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모두 미국이 바꿀 수도 있는 대(對)이스라엘 정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기 지원과 경제 원조로 추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끝에 온 것 같다.

만약 네타냐후가 라파 침공을 강행한다면 이스라엘에 미국이 조건부 지원을 하는 데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올 들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충돌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수십 년을 놓고 봐도,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지원이 언제나 무조건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시사한 아주 드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최후통첩을 보낸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있다.

가자전쟁 장기화로 10만명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면서 미국 내 아랍계 유권자들은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아랍 표심을 의식해 이스라엘을 향해 조기 종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는 두 정상의 통화가 종료된 이후 몇 시간 만에 인도주의 통로를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가자지구 남부 아슈도드 항구를 임시로 개방하고, 북부의 에레즈 교차로 통과도 다시 허용할 방침이다.

또 케렘 샬롬 교차로를 통한 요르단의 원조품 반입도 확대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즉각 휴전을 결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날 예루살렘을 방문한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의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두 국가 해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통화 이후 주재한 전시 각료회의에서도 이란의 보복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실제로 이스라엘의 조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무기 지원이나 경제 원조를 조건부로 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현재 이란, 레바논과 심각한 긴장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바이든은 신중할 수밖에 없고 정책 전환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