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 세우겠다” 37년만에 결정…미사일 향하는 나라는

미군사령관, 日인터뷰서 밝혀
배치 장소는 미국령 괌 유력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 [EPA 연합뉴스]
미군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신형 발사장치를 연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방침이다.

미군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지난 1987년 구소련과 중거리핵전력(INF)전폐조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이다.


미군은 과거 INF에 따라 지상 배치형 중거리 미사일은 보유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9년 이 조약이 실효성을 잃은 이후 미사일 능력을 확장중인 중국에 대응해 중거리 미사일 개발 및 배치에 속도를 내왔다.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은 3일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중거리 능력을 갖춘 발사장치가 곧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배치 시기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배치 장소로 미국령 괌이 유력하며 훈련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일본에 이동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일본도 물망에 있지만 중국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본 정부내 부정적 견해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폰’으로 불리는 이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은 사거리 1600㎞의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와 신형 요격 미사일 ‘SM-6’를 탑재할 수 있다.

플린 사령관은 이날 지난 10년간 중국의 미사일 능력 강화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중국 미사일의) 기동력과 재장전 능력 향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중국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는 미 의회에 제출한 중국의 군사력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서 “INF조약에 묶이지 않는 중국이 사거리 1500㎞ 이상 지상 발사형 순항미사일 300발, 사거리 1000km에서 5500km에 이르는 탄도 미사일을 1500발 보유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본토에서 서태평양까지 항공모함 포함 선박에 대해 장거리 정밀 공격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2019년 10월 전격적으로 INF 파기를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체적 위반 사례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2017년 최신예 순항미사일 ‘이스칸데르’를 발트해 연안에 실전 배치한 것을 조약 위반사례로 거론했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INF 파기 선언에 반발하면서 자국도 필요한 안보 확보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INF 파기와 새 중거리 미사일 배치 행보는 미국의 주요 견제축이 중국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아사히 신문은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용어설명 : 중거리핵전력(INF)전폐조약
INF는 1987년 12월 미국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서 체결됐다.

사거리 500∼5500km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 조약으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중거리와 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유럽과 동아시아 일대에 배치됐던 양국의 중거리 핵무기들이 차례로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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