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의 나라가 왜 이래…기업 女임원 비중, 20년 만에 첫 감소

S&P “기업의 다양성 추구 의지 줄었다”
WP “형평성에 대한 반발과 연관된 결과”
“여성에 맡기는 역할이 제한적” 지적도
재무 등 핵심 부문 여성 임원 30% 미만

[사진=미드저니 생성 이미지]
미국 주요 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중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최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커지고 있는 ‘다양성(Diversity) 회의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기업들이 여성에 핵심 부서는 맡기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S&P 글로벌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C-suite(최고경영진)’ 약 1만5000명 중 여성 임원의 비중이 지난해 11.8%로 집계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S&P 글로벌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비중은 감소했다.

2023년 여성 임원의 비중은 12.2%로, 약 2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다양성 추구 의지가 줄어든 점은 잠재적인 변화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WP는 나이키, 스타벅스 등 기업이 관련 정책을 추진하다 역풍을 맞은 점을 거론하며 “여성 고위 임원의 감소는 미국 등 전 세계의 기업들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에 대한 반발에 직면한 최근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S&P 글로벌은 지난해 기업 실적 발표에서 DEI에 대한 언급이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비중 감소보다 실제 여성 임원에게 기업들이 어떤 역할을 맡기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P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수익 창출과 직결된 핵심 부서에 있는 여성 임원 비중은 30% 미만이다.


미들 조지아주립대 경영학과 교수인 시몬 핍스는 “여성이 최고경영진 직책을 맡는 경우 최고인사책임자(CHO)나 최고다양성책임자(CDO) 같은 ‘지원 부서’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며 “핵심 부서에서도 여성은 COO나 CFO가 아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게 된다”고 WP에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여전히 남성과 동일한 발전 기회나 승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CEO 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CFO 등 ‘지도자 부문’을 맡은 여성 임원 수 증가율은 지난해 0.5%로, 10년 만의 최저치로 나타났다.


여성이 CEO 자리에 머무르는 기간은 남성보다 짧았다.

미국 포천지가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여성 CEO의 평균 근무기간은 4.5년으로 남성 CEO의 체류 기간인 7.2년과 비교해 약 3년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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