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세에 대응” 한미일·유럽 7개국 중앙銀 실증실험 나서

디지털통화로 국가 간 지급결제 실험

[연합뉴스]
한미일·유럽 등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로 해외 송금을 비롯한 국가 간 지급결제 거래 실증 실험을 진행한다.

무역 대금 등을 낮은 비용에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실증 실험 성과를 바탕으로 CBDC를 사용한 결제가 향후 실용화되면 현 국가 간 결제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은 CBDC를 사용한 실증 실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연방은행, 한국은행, 잉글랜드 영란은행, 프랑스은행, 스위스 국립은행, 멕시코은행, 일본은행 등이 참여한다.


국제결제은행 혁신허브 수장 세실리아 스킹슬리는 “오늘날 어떤 거래가 수행되려면 수많은 지급·결제 시스템과 회계원장, 데이터 레지스트리가 또 다른 복잡한 시스템을 통해 서로 연결돼야 한다”며 “핵심 디지털 금융 인프라에서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더 효율적인 공통 지급결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지 기술 테스트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 참가국에서 실제로 국가 간 지급결제를 수행하는 금융회사와 함께 각 통화의 구체적 운영·규제·법적 조건을 적용해 기술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은 나라마다 법률과 규제, 기술 준수요건, 운영 시간대 등이 다른 데다 탈세·자금세탁 방지 절차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고비용에 속도도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실증실험 에서는 그동안 각국이 진행한 국내 사례 중심의 실험을 넘어, 예금 토큰과 CBDC로 해외 송금 등 국가 간 지급결제의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한국은 이번 실험 참여로 향후 관련 국제 표준(스탠더드) 설정 과정에서 한국은행 등이 중요한 역할을 맡거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앙은행뿐 아니라 참여국들의 주요 민간 은행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쯔비시 UFJ 파이낸셜, 미쯔이 스미토모, 미즈호 등 일본 3대 은행은 “검토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경우에도 시티그룹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증실험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이 분야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해 이미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CBDC 실증실험을 광범위하게 실시해 왔다.

한 일본계 금융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번 실험은 아시아, 미주와 지역 구성의 균형을 도모하는 형태”라며 “중국에 대항하는 의미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CBDC 개발에 일찍이 적극성을 보여온 이유는 지급결제시장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을 강화하고 달러 중심 국제통화질서에 대항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에 성공해 달러화의 위상이 낮아진다면, 미국이 누리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특혜도 축소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2019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자체 개발 디지털화폐인 ‘리브라’를 변호하며 중국의 디지털 화폐 시장 주도권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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