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대한민국 최고의 경영대상 ◆
구연찬 장암칼스 회장. [사진 제공 = 장암칼스]
기계나 금속 간의 마찰력을 줄이거나 마찰열 분산 목적으로 사용하는 윤활유는 ‘공장의 소금’으로 불린다.

자동차와 휴대전화, 전자부품, 각종 중장비, 건축, 기타 군수 장비, 로봇 등 기계의 마모 방지와 표면 보호, 부식 방지 등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어서다.


이런 윤활유 중에서도 모든 기계장치가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도록 하는 특수윤활유 부문에서 선구적인 기업이 있다.

끊임없는 집념과 도전정신을 통해 윤활유 국산화에 성공한 장암칼스가 그 주인공이다.


장암칼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420여 종의 특수윤활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42년 전 수입 윤활유 작은 대리점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장암칼스의 구연찬 회장은 특수윤활유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특수윤활유를 개발하는 성공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수입 무역회사인 동방물산을 거쳐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던 구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모든 전자제품과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윤활유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듣고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정리했다.

대신 그는 수입 윤활유 대리점 사업인 장암상사를 설립했다.


윤활유의 중요성과 시장의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던 중 특수윤활유의 성장 가능성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 높다는 판단이 있었던 까닭이다.

자동차 한 대에만 해도 70~80종의 서로 다른 윤활유가 필요하고, 빵을 굽는 오븐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특수윤활유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구 회장이 회사를 설립한 1980년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중요한 기계의 전반에 필요한 윤활유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던 때였다.

구 회장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던 특수윤활유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오롯이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봤다.

기업인의 시각에서 봐도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는 6년간 힘들게 모은 자금을 밑천으로 특수윤활유의 국산화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에서 윤활유 회사를 키우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좌절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주변에서 걱정과 격려가 오갔지만, 그는 구태여 난관을 피하려 하지 않고 정진했다.

한때 외국 업체의 기술 이전 약속을 믿고 경기도 김포에 공장을 건설하고 생산 기계를 발주했으나, 돌연 기술 이전 약속 파기를 당하기도 했다.

고난이 있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구연찬 회장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국내에서 성장할 기회가 너무나 큰 분야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미국과 독일 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천신만고 끝에 독일의 한 업체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불모지였던 특수윤활유의 국내화가 비로소 가능해졌다.


당시 국내 특수윤활유 시장은 미국·독일·일본 등 외국계 기업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구 회장은 국산화가 아니면 미래가 없다고 보고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해외 국가들을 뛰어넘을 방법은 오로지 기술력을 쌓는 것밖에 없었다.


과감하게 석·박사급의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하는 등 다년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국산화에 성공했다.

특수윤활유 기술조차 없던 불모지에서 미국·독일·일본 등 해외에 이어 글로벌 마켓을 주도하는 네 번째 업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어려운 시대적 여건에서도 구 회장의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 회장은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영업과 회계, 수출입, 거래처 협상 등의 업무를 한꺼번에 소화했는데 이러한 경험이 내 사업의 자양분이 되었다”며 “대기업에서는 소속 부서에서 맡은 업무만 배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구조라 단기간에 자기 역량을 계발할 수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했으면,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끈기 있게 달려야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충남 아산 인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장암칼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420여 종의 특수윤활유를 생산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다.

실적에 힘입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에 지정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장암칼스는 최근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매출액 비중은 내수가 43%, 수출이 57%를 차지한다.

지난해 세계경기가 코로나19 여파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자동차, 철강, 전자기기 등 주요 산업에서 그리스의 수요가 늘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승도 실적호조에 보탬이 돼 매출 실적이 전년보다 27% 증가한 542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른 호조로 59회 무역의 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과 2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장암칼스는 향후 우주 군사기지나 우주선, 위성 등에도 특수윤활유의 활용도가 클 것으로 판단, 자체적인 우주기술 연구센터 운영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수윤활유 연구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이 우선이다’…직원은 파트너이자 가족
장암칼스는 2대 자랑거리로 연구소와 함께 직원을 내세운다.

직원들은 회사의 모든 가치라고 생각하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반영된 것이다.

구 회장은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이익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회사 장래가 밝다고 강조하면서 기술력과 직원에 대한 투자로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경영 의지를 지켜나가고 있다.


실제로 장암칼스의 사내 복지는 아주 특별하다.

직원이 결혼하면 배우자 수당, 자녀를 낳으면 출산수당,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직원에겐 경로수당을 준다.

자녀 4명까지 자녀 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데 직원들의 직무 향상을 위한 투자도 있다.

석사나 박사 과정을 밟는 직원이 있으면 회사가 학비를 지원하며 연말마다 10년, 20년, 30년 장기근속자와 우수사원을 선발해 특별휴가를 제공한다.

또 금연에 성공하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직원에게도 금연 수당을 지급한다.

책을 사서 읽은 후 기록과 함께 그 책을 회사에 기증하면 책값의 두 배를 독서 수당으로 주기도 한다.


구 회장은 “간혹 직원을 위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는데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직원들이 일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복지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은 그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을 함께 이끄는 파트너이자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기부와 사회 환원, 정의로운 사회 위해
장암칼스는 기업의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모습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 할 일을 ‘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이라 명명하고, 나눔 활동에도 직접 나서는 선한 기업이다.


지난 2012년부터 아산시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을 내놓은 이후, 2021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억원을 기탁했다.

구 회장 역시 1억원 이상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되어 있다.

2016년까지 아산시기업인협의회 회장을 맡을 때는 주변 사람들의 힘을 모아 지역의 소외된 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을 확대해 나갔다.


구 회장은 기업시민으로서 공장 소재지인 아산 지역발전을 위해 아산시미래장학회,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등에도 기부하고 있다.

특히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생들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2017년 대학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함과 동시에 장학금 12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지역을 위한 후원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다.

지역 인구 소멸 대응 차원에서 출산 장려를 위해 사내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등 사회책임경영 역시 실천하고 있다.


장암칼스는 지난 1월 5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2000만원을 기탁하며 대한민국 대표 고액 기업기부자 모임인 사랑의열매 ‘나눔명문기업’에 2024년 1호로 가입하기도 했다.


이번 가입식에서 전달된 기부금은 사랑의열매에서 진행하고 있는 ‘희망2024나눔캠페인’에 기탁돼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 여성, 지역사회, 환경 등 지원에 폭넓게 사용될 예정이다.


구 회장은 “장암칼스가 사회책임경영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최근 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힘이 되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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