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중국이 저지른 최악 실수는 ‘도광양회’ 폐기...美 추월 못할 것”

2일 홍콩 매체와 인터뷰서 밝혀
대만해협 미·중 충돌 가능성 낮게 봤지만
트럼프 당선 땐 “좀 더 위험하다” 전망
미·중간 전면 무역전쟁 가능성도 우려

“아시아·서방·호주 등서 인기없는 中
美와 소프트파워 격차 계속될 것”

2022년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연사로 나섰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매경DB]
국제정치에서 ‘소프트 파워’ 개념을 창시해 낸 미국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지난 10년간 중국이 미국에 대해 둔 최악의 수로 ‘힘을 숨기는’ 외교 정책을 폐기했던 것을 꼽았다.

그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 시선을 던졌으며, 소프트 파워에 있어 양국 간 격차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국 간 무력충돌 가능성은 낮게 봤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최고·최악의 정책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중국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해 덩샤오핑의 외교 정책을 폐기하고 호전적인 외교 정책으로 대체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답했다.

중국이 과거 노선을 성급하게 폐기하고 호전적인 현재 노선을 채택한 것이 나쁜 결정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덩샤오핑의 외교 정책’은 그의 집권시절 중국이 채택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노선을 가리킨다.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대외 개방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비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갖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고, 2012년 시진핑 정권 출범 후부터 유소작위(有所作爲· 적극 참여해 하고 싶은대로 한다)노선이 본격화 됐다.

나이 교수는 “덩샤오핑의 정책을 폐기하기 전에 중국은 다른 사람들을 겁주지 않았고 매력적이었으니 소프트 파워에 좋았다”며 “그런데 늑대전사가 돼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을 겁주고 소프트 파워도 잃게 됐다.

여러분이 봐온 행동에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내린 최악의 결정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관세 조치를 꼽았다.

미중 양국 모두에 지난 10년간 최고의 결정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합의한 것을 들었다.


그는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서 신속한 점령이 어렵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은 닉슨 전 대통령과 마오쩌둥이 말한 것처럼 대만해협문제는 양안의 중국인들이 풀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70여년 동안 효과가 있었다” 며 “미국이 (대만 독립과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한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있을 미 대선에서 “누가 되더라도 남중국해·대만해협 등 오판 위험성은 존재하겠지만, 현재 정책을 유지할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약간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미중 사이 전면적 무역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며 “아주 안 좋은 생각이지만 트럼프가 실제로 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경쟁 영역에서 나이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중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잘해왔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재는 ‘중간 소득 함정’이라 불리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인구·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감소, 민간기업이 아닌 국유기업 장려 등 현재 중국의 추세가 과거 같은 고성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워싱턴에선 중국 위협을 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일부 학자들이 중국 경제가 특정 시점에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건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나이 교수는 그의 전문인 소프트 파워에 있어 ‘전랑외교’와 ‘중화주의’ 등으로 주변국들에 반감을 사온 중국이 미국을 앞으로도 추월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전통 문화와 경제적 성공에서 비롯된 많은 소프트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27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국가를 묻는 여론조사를 보면 중국은 아시아, 유럽, 북미, 호주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 지원 등을 통해 아프리카에서는 소프트 파워면에서 꽤 잘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중국 소프트 파워의 가장 큰 문제는 아시아에서 여러 이웃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며 “엄격한 공산당 통제 고집이 시민사회의 완전한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아무리 위대한 예술가라 할지라도 당과 대립각을 세우면 감옥에 가거나 망명하게 된다.

이는 곧 중국의 소프트 파워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나이 교수는 군사·경제력 등 국가의 물리적인 ‘하드 파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강압이 아닌 매력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인 ‘소프트 파워’ 를 창안한 인물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과 국방부 국제 안보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외교정책위원과 국방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미국 외교·안보 영역에 영향력 있는 석학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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