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부동산 관련 부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오늘(19일)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시장 한파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해외 은행 문제까지 겹쳐 국내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 국내에서 부동산 PF에 취약한 2금융권 중소형 금융회사와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근 미국 SVB 파산 사태로 국내에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은행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고금리, 경기 침체 등이 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연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주택시장이 가격 하락과 미분양 물량 증가로 경착륙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해외 은행의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과 금리 위험 관리 실패 등으로 금융 불안과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SVB, 크레디트스위스 등 해외 은행 문제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불확실성이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약한 고리인 부동산 PF와 가계부채 등 부동산을 둘러싼 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200조원이 넘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집계한 비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작년 6월 말 기준 191조7천억원 규모로 2018년 말(94조5천억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연구원은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은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을 합산한 것으로 작년 말까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시장에선 부동산 경기 불황에 전 세계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 부동산 PF 위험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일부 금융권역과 건설사들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어나는 급격한 유동화시장 경색과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른 부외 부채위험은 건설사에서 증권사로 다소 전이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작년 말 기준 20조9천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매입 확약'이 전체의 94.2%를 차지했습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증권,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등은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들 금융업권의 신용등급 방향을 부정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개별 사업장의 분양 저하와 공사 중단에 따라 신용도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 7만5천359호로 2012년 11월(7만6천319호)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16일 저축은행, 증권, 부동산신탁 등 업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저축은행은 브릿지론, 부동산 PF의 자기자본 대비 비중이 각각 100%를 초과하거나 합산 기준이 200%를 넘는 곳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습니다.

캐피탈사의 경우 브릿지론 등 부동산금융 부실 위험이 있다며 DGB캐피탈, M캐피탈, 에이캐피탈, 오케이캐피탈, 현대캐피탈 등을 주요 검토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일부 건설사의 재무부담도 커지며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건설에 대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작년 9월 말 기준 171.4%로 그룹 계열의 유동성 지원에도 차환 위험이 낮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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