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것도 벌써 오래전의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의 중요 요소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을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타워주차장의 차량을 출고하고, 원거리에서 창문을 여닫고, 보일러를 제어하고, 농장을 관리한다.

심지어 모바일로 태양광 발전설비의 발전량과 정상 작동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태양광 발전 설비의 전기안전 점검을 원격으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듯 사물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융복합화는 산업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융복합화된 설비들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면에는 융복합화와 관계된 산업 간 갈등과 반목이 존재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걸어가는 '스몸비족'이 증가하면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에 LED 바닥신호등을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전기공사업계와 정보통신공사업계 간 업역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고 있다.

전기공사업법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공사업법에 신호등 및 신호제어기의 설치 공사는 전기공사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전기공사라고 해석하고 있는 반면, 정보통신공사업법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바닥신호등은 광역통신망설비 또는 무선통신망설비에 해당하는 정보통신공사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 부처 간 해석의 차이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곳은 해당 공사를 발주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다.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지난 5월에 바닥신호등을 전기공사로 발주했다.

그러나 과기부 유권해석을 들이대며 정보통신공사로 발주하라는 민원이 발생해 정보통신공사로 재공고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전기공사로 재공고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많은 지자체가 바닥신호등 발주와 관련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부터 바닥신호등은 전국 80여 개 지자체에서 전체 158건 모두 전기공사로 발주되고 있는데 이는 담당 공무원들이 과기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한 민원에도 불구하고 바닥신호등 설치공사는 전기공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뿐만 아니라 과기부는 주요 소방설비인 유무선 화재감지기 설치, 가로등을 원격으로 점멸하는 기능의 IoT가로등점멸기 설치도 일부 통신기능이 부가되었다 하여 이를 설치하는 공사 전체를 통신공사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라면 통신기능이 추가된 IoT보일러, IoT주차설비, IoT태양광발전설비 설치공사 등 IoT가 연결되는 모든 설비는 정보통신공사로 무한 확대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이종 산업 간 분쟁과 마찰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자명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전기설비나 소방설비 등에 IoT가 연결된 경우, 설비 전체를 통신설비라고 볼 것이 아니라 설비의 고유 설치 목적에 맞게 전기설비는 전기설비로, 소방설비는 소방설비로 인정하고, 이에 부가되는 IoT 또는 통신선로 등의 설치공사는 정보통신공사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법적 안정성 훼손을 방지하고 무한 확대 해석에 따른 업역 간 분쟁과 마찰을 예방할 수 있다.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