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종전선언 제안 이틀 만에 "시기상조…미 적대 정책부터 철회해야"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지 약 이틀 만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오늘(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제반 사실은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 부상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에로 치닫고 있는 속에 종잇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철회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다"며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또 "미국·남조선 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에 앞서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먼저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리 부상은 "조선반도에서 산생되는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예외 없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있다"며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는 조선 반도정세안정과 평화보장에서 최우선적인 순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를 힘으로 타고 앉으려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는 '도발'로 매도되고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군비증강 행위는 '억제력 확보'로 미화되는 미국식 이중기준 또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올해 2월과 8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와 남한에 대한 미사일 지침 종료 선언, 호주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 이전 등을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등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비난한 것을 두고 불만을 드러낸 셈입니다.

다만 리 부상은 종전선언을 완전히 깎아내리지는 않고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리 부상은 종전선언에 대해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평화보장 체계 수립으로 나가는 데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놓으면서 문 대통령은 머쓱한 입장이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종전선언을 제안했습니다.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엔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야권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문 대통령은 23일 귀국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 기자들에게 남북과 미국, 중국 등 주요 당사국들이 모두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종전선언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만 거듭 밝혔고, 북한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답변만 내놓은 셈입니다.

실상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에 변수가 많은 '고차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도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할 것을 포함한 비핵화 보상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조건이 갖춰져야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그런 조건조차 대화를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북한의 '시기상조' 발언에도 종전선언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는 정치적 선언이며,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상의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조치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유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신속하게 진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유나겸 인턴기자 / optimusyu@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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