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라리가) 재정 규정에 발목이 잡힌 FC 바르셀로나가 결국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34)를 붙잡지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구단과 메시가 새 계약에 합의해 오늘 계약서에 서명할 의사가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적·구조적 장애 탓에 계약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메시의 계약이 올해 6월로 종료되면서 바르셀로나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를 붙잡기 위해 재계약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구단에서 2년을 더 뛴 뒤 미국프로축구(MLS)로 진출하고, 이후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앰배서더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장기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계약이 불발되면서 양측은 21년 만에 결별하기로 했습니다.

메시 측과 합의를 이뤄 새로운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라리가의 재정 규정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게 바르셀로나의 설명입니다.

바르셀로나가 메시와 계약을 이어가려면, 선수단 임금을 먼저 줄여야 했습니다.

라리가는 구단의 총수입과 비교해 선수단의 인건비 지출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합니다.

선수를 영입할 때 수입보다 많은 돈을 들이지 못하도록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도입한 것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 선수 연봉 상한선이 6억7천100만 유로(약 9천88억6천만 원)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 3월에는 3억4천700만 유로(약 4천700억 원)로 크게 줄었습니다.

앞서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바르셀로나가 선수 연봉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메시의 선수 등록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메시가 재계약 논의 과정에서 임금 삭감에 동의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이적을 추진해 지출을 줄여보려 했으나, 네투, 사무엘 움티티, 필리피 쿠티뉴, 앙투안 그리즈만 등 고액 연봉자들이 팀에 남았습니다.

4일에는 라리가가 CVC 투자 펀드로부터 27억 유로(약 3조6천571억 원)의 투자를 받아 구단들에 분배한다고 발표하면서 바르셀로나의 숨구멍이 트이는 듯했습니다.

라리가는 CVC의 투자를 받고, 수익의 10% 등을 CVC에 넘겨주는 '전략적 합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이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들 구단은 성명을 내고 계약 내용이 장기간 구단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라리가가 구단들과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결국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2000년 바르셀로나의 기술 이사가 레스토랑 냅킨에 급히 계약서를 만들어 건넨 '냅킨 계약'으로 시작된 메시와 구단의 동행이 21년 만에 끝을 맺었습니다.

행선지로는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등이 거론됩니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아 메시를 노리는 구단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 구교범 인턴기자 / gugyobeom@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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