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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판 최저임금까지 간섭…정부, 과도한 시장개입
기사입력 2021-06-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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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시장개입 논란 ◆
건설공사 현장에 기존 최저임금과 별개의 '임금 하한선'이 설정된다.

작업 조건, 경력, 숙련도 등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근로계약을 정부가 강제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질서에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국토교통부는 일자리위원회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적정임금제란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적정임금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국토부는 2017년 12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을 통해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국가 재정 부담이나 다른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300억원 이상 공공 공사 현장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공사비 중 직접 노무비를 지급받는 근로자가 대상이다.


김근오 국토부 건설정책과장은 "적정임금제가 도입됨에 따라 다단계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건설 근로자 임금 삭감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며 "이 제도로 건설현장에 청년이 돌아오고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건설 경기가 나빠서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임금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시키는 중요한 신호인데 어떻게 법으로 '적정가격'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민간 건설회사들은 '시장 경제에 정면 배치되는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건설업 최저임금제 도입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업계에서는 공사 현장에서 노무비만 11.4%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준호 기자]

임금 오르면 건설하도급 채용 위축…"불법 외국인근로자만 늘것"


공사비 300억 이상 공공사업장부터 '적정임금제'

업계 "다단계탓에 임금 삭감?
정부, 건설현장 몰라서 하는 말
숙련도·경력 등 편차 큰데
최빈값으로 강제하는 건 문제"

고임금에 자동화 속도내면
취지와 달리 고용절벽 우려도
18일 국토교통부가 일자리위원회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업 최저임금제 도입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적정임금제가 도입돼 근로자 임금이 높아지면 일자리가 주는 것 아닌가요?"
18일 정부가 공사 현장에 적정임금제를 비롯해 다양한 일자리 개선 관련 정책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A씨는 "최근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이 도입되면서 크레인 기사들이 파업도 하지 않았느냐"며 "건설 현장에도 자동화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데 근로자 임금이 비싸지면 근로자를 대체할 로봇 등이 들어와 일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동계 요구로 별도의 최저임금 체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건설 환경과 노동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건설사들은 적은 인력을 활용해 근로 강도를 높이고, 대형 건설사들은 스마트공장과 자동화 시공 등을 빠르게 도입해 노무비 인상 압박을 우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금을 높여 일자리 질은 높아질 수 있더라도 노동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근로자 다수가 지급받는 임금 수준인 '최빈값'을 직종별로 도출하고 임금 하한선(적정임금)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설기술연구원과 근로자공제회 등 근로자 임금과 관련된 제3의 전문기관들이 임금직접지급제, 전자카드제 등을 통해 수집된 건설 근로자 임금 정보를 기초해 산정하는 구조다.


2030년 건설업 최저임금제는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300억원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현재 전체 공공사업 중 사업비가 300억 이상인 사업장은 40~50%선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중 10분의 1가량을 발주하고 있다.

정부는 추후 민간이 발주해 진행하는 민간 건설 공사에도 건설업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시장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무비 부담으로 건설 현장 고용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건설 노무자는 임금이 다른 산업 대비 낮지 않다"며 "일감 부족으로 근로일수가 적은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정부는 오히려 단가를 높여 임금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는 중소 건설 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는 건설사는 중소 업체로 이는 전체 건설 업체 중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임금 상승에 대한 부담은 이들 기업의 경영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고용을 줄이는 쪽으로 건설 환경 변화를 재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도 스마트공장과 자동화 시공 등 현장 투입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매점에 '키오스크'가 대거 도입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인건비 부담에 직면한 영세 건설 업체들은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들로 빠르게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노무비 부담을 지는 기업들은 자동화에 투자하거나 해외 제작 반제품 등으로 국내 일자리를 줄여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은 고용 총량을 줄여 경제적인 약자를 어렵게 하는 규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건설업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더라도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업계에서는 도급구조상 최저가 입찰이 만연해 있어 외국인력을 불법 고용하는 사례가 빈번했으나 시범 사업 결과 내국인 인력 채용이 되레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시범 사업은 20건으로 전체 시장 파급효과를 가늠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적정임금제로 최빈값을 정해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근로자는 작업 조건과 경력, 숙련도 등 편차가 매우 크다"며 "사업주와 근로자 간 계약을 통해 결정돼야 하는 임금수준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등 시장경제 질서에 정면 배치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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