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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중수청, 100번이라도 직 걸고 막겠다"…사퇴카드로 배수진
기사입력 2021-03-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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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중수청 공개반발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정권과 검찰 간 갈등 조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간 윤 총장은 현 정부가 검찰 권한 축소를 위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그럼에도 중수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중수청 설립이 검찰 해체와 다를 바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2일 윤 총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박탈에 대해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 총장이 취임 이후 검찰 관련 정책에 대해 공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부가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직접수사부서 폐지·축소' 등을 통해 검찰 수사권이 줄어들 때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검찰 내부에 중수청 설립이 검찰을 해체하는 것과 같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중수청이 설립돼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가져가면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만 남는다.

윤 총장도 "(중수청 설립은)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검사라는 직의 정체성을 빼앗는 법안이 진행되는데 총장의 행동이 없으면 오히려 조직 내부에서 (총장에 대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중수청 설립이 권력 수사에 대한 보복 심리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 왔는데, 근자의 일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면야 내가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초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윤 총장이 공개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여론을 움직여 중수청 설립을 막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윤 총장은 '국회와 협력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며 정치권과 소통할 의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총장의 입장 발표 이후, 검찰 조직도 여권의 주장을 반박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수사력을 약화시키고 국가 범죄 대응 능력을 축소시키면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중수청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방한 만큼 정부 여권과의 재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조국 일가 수사' '한명숙 위증교사 논란' '총장 징계 의결' 등 수차례 여권과 부딪혀 왔다.

실제로 이날 윤 총장 입장이 나온 후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잘못된 수사에 대해 분명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한다거나 물러날 시기들이 국면마다 있었다"면서 "그 당시에는 하나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가 임기를 불과 몇 개월 남겨놓고 직을 건다고 하면 그건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수사청 관련 일선 검찰청의 의견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입장'에는 대검뿐만 아니라 윤 총장의 입장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대검 측 설명이다.

취합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은 3일 전후로 윤 총장에게 보고될 전망이다.

3일에는 윤 총장의 대구고검·지검 방문이 예정된 만큼 윤 총장의 추가 입장은 대구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날 윤 총장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높였다.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저녁 늦게 청구했다.

검찰은 차 본부장을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를 승인한 당사자로 지목했다.

이에 차 본부장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했다.

향후 남아 있는 정권 수사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윗선' 소환 여부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법무부와 대검은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부여된 수사권을 두고도 힘싸움을 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이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서 직무배제됐다고 자신의 SNS에서 주장하며 "공소시효가 매우 임박한 방대한 기록에 대해 총장님의 최측근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한 직무이전 지시가 사법정의·검찰·총장을 위해서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 안타깝다"고 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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