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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는 반드시 또 온다"
기사입력 2021-02-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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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요동칠 때 시장의 관심은 단 한 명에게 쏠린다.

이른바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통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일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지금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필요할 때마다 통화 완화 기조 유지를 시사하며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시장이 요동치면 더 강력한 조치도 불사하지 않을 태세다.

전통적으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온 중앙은행이 이래도 되는 걸까. 파월 의장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의 속내를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최근 국내 출간됐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회고한 '위기의 징조들'(원제 FIREFIGHTING)이다.

공저자 면면이 화려하다.

파월의 오랜 선임자라 할 수 있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부 장관, 그리고 조지 부시 W 대통령 재임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내고,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폴슨 뒤를 이어 재무부 장관을 맡은 티머시 가이트너가 같이 썼다.

당시 금융위기에 맞서 정책을 주도하고 경제회복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함께 해결한 일과 이를 통해 배운 점들, 그리고 금융위기 해결 지침을 마련하는 데 바탕이 된 이론과 이를 실행한 과정을 책에 담았다.


위기 때 당국자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구제금융을 집행했다.

2008년 9월 16일 연준은 보험회사 AIG의 지분 79.9%를 인수해 담보로 잡고 850억달러 규모 신용한도를 제공했다.

이후에도 연준은 재무부와 함께 수차례 수백억 달러를 지원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월가 금융기관이 실패하면 정부가 보상해줄 거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 위험을 경고했다.

금융기관들이 방만한 경영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대중도 분개했다.


버냉키는 "전례 없는 금융위기에서 만약 정책당국이 위기를 안정시키는 것보다 금융기관을 응징하는 데 집중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고 해명한다.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특정 대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설령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일이 있더라도 위기를 종식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위기 소방수'로 불렸던 그답게 불 끄는 일을 예시로 들어 설명한다.


"만약 당신의 이웃이 침대에서 담배를 피워 집에 불이 나게 했다면 비록 옆집이 불에 타버리도록 내버려두는 게 방화범에게 벌을 주고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당신은 당연히 옆집의 화재가 당신 집과 마을 전체로 확산되기 전에 소방서에 연락해 화재를 진압하게 할 것이다.

"
결국 AIG는 생존했고 구제 금융도 상환했다.

정부 역시 회계장부상 230억달러의 이익을 봤다.

물론 미국 경제 파탄을 막고 부흥을 이룬 데서 나온 천문학적인 이득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 말이다.


금융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낸 이들은 충고도 잊지 않는다.

다음번 경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의 위기 대응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소득의 양극화 등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진 구조적 문제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 위기의 징조들 / 벤 버냉키·티머시 가이트너·헨리 폴슨 주니어 지음 / 마경환 옮김 / 이레미디어 펴냄 / 1만7800원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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