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재용 "모든 것이 제 잘못…어려워도 정도 가겠다"…최종 선고는 내년 1월 18일 예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늘(30일)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어려워도 정도를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이번 사건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1년 가까운 수감생활과 4년 가까운 조사를 통해 과거 제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할 시간을 가진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전에는 선진기업 벤치마크하고 불철주야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고 회사를 키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했다"며 "준법문화라는 토양에서 체크하고 또 체크하고 법률적 의사검토를 해야 나중에 문제가 안되고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 드린다"며 "앞으로 제 개인적 이익 추구는 안하겠다"고 전하며며 "회사 가치를 올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 부회장 등 피고인에 대한 최종 선고는 내년 1월 18일 내려질 예정입니다.

[다음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분 판사님 오늘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자리에 섰습니다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 안하게 다짐 또 다짐합니다. 반도체와 통신 인터넷 산업 황금기에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창업자들과 교류하는 행운도 누렸고 전문경영인들의 혁신 노하우로 회사를 수백 수천 배 키우는 것도 생생히 봤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저 사람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한순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게 와 닿았습니다. 한 치도 방심 못합니다. 실제로 통신업계에서 선두 다투던 미국과 유럽의 통신회사들이 망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백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일본 회사들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오는 중국 회사들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끼며 하루하루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께서 갑자기 쓰러지셨고 경황이 없던 차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가 있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결단코 안했을 것입니다. 그 일 때문에 회사 임직원이 오랫동안 고생했고, 많은 국민에게도 좋은 모습을 못 보여 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답답하고 참담한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게 제 불찰과 잘못이었습니다. 제 책임이었습니다. 제가 못나고 부족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칩니다.

재판장님, 두 분 판사님 이 사건은 제 인생 큰 전환점입니다. 1년 가까운 수감생활과 4년 가까운 조사는 제게 새로운 성찰의 기회가 됐습니다. 과거에 제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할 시간을 줬습니다. 고민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재판 과정에서 삼성과 저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겼습니다. 재판부에서는 단순한 재판 이상을 해주셨습니다. 삼성이란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준법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나아가 저 이재용이 어떤 기업인이 돼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셨습니다. 그전에는 선진기업을 벤치마크 하고 불철주야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고 회사를 키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준법문화라는 토양에서 체크 또 체크하고 법률적 의사를 검토해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늦게 깨달은 만큼 확실하게 실천하겠습니다. 실제 저희 회사에서 의미 있는 작지 않은 변화입니다. 저 스스로도 준법경영 변화를 느꼈습니다. 최근 있었던 회의에서 그 전과 비교하면 제가 과거에는 안했던 질문이 늘었습니다. `법무팀 검토 끝났죠`, `이 문제는 준감위까지 가야하는 거 아닌가요` 등 묻고 또 묻고 외부의 목소리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변화는 이제 시작이고 첫걸음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일 것입니다. 불편할 수도 있고 멀리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재판장님 지켜봐주십시오. 법에 어긋나는 일은 물론이고 오해 일으킬 일 안하겠습니다. 어려워도 정도를 가겠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사업지원 TF 관련 얘기를 들었습니다. 특검 언급도 잘 들었습니다. 사업지원 TF는 다른 조직보다 더 엄격하게 준법감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습니다. 저 포함 어느 누구도 삼성에서는 예외로 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날 삼성 최고 경영진의 잘못도 저 자신의 관여 여부과 관계없이 되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경위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준감위가 본연의 일을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충분히 뒷받침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준감위 위원을 너무 자주 보면 의미가 퇴색될까봐 주저해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준감위 위원 정기적으로 뵙고 저와 삼성에 대한 소중한 질책 듣겠습니다. 모두가 준법 안에 있는 회사로 만들고 그걸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 갖춘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분명히 말합니다. 저는 지난 5월 준감위의 권고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제 평소 소신 밝혔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이 이런 문제로 또 논란 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다시는 안 나올 것입니다. 노조와 활발히 소통하겠습니다. 제가 한 다른 약속도 지키겠습니다. 아울러 삼성이 지금까지 국민에 한 약속도 제가 책임지고 지키겠습니다. 절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1987년 11월 이병철 초대 회장이 돌아가셨을 때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아버지는 그날 저녁 일본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도시바 등 당시 일본 최고 기업들과 미팅 약속 잡으라는 뜻이었습니다. 삼성의 큰 고객사였고 당시 저희보다 앞서가는 기업이었습니다. 다음해 1월 아버님은 일본 어학연수 중이던 저를 모든 회의에 데려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삼성그룹 회장이었지만 당시 삼성의 위상이 지금 같지 않아 당시 상대방 회사에서 회장 사장이 아니라 전무 상무 부장급 엔지니어가 나오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들 모두에게 일일이 머리 숙이며 최신 정보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애썼습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그 이후로 이건희 회장은 저희에게 필요한 인재라면 예를 갖춰서 모셔왔습니다. 그 치열함이 삼성의 DNA가 됐습니다. 삼성은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대한민국 선두 기업이 됐지만 사회적 역할, 책임,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막중한지는 간과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 얼마나 높은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순환출자는 해소했지만 아직 많은 분들 기대를 충족 못시켰습니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삼성은 달라질 것입니다. 저부터 달라지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앞으로 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습니다.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재벌의 폐해로 재판장님이 지적한 부분도 고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평생 갚아도 못갚을 것입니다. 꼭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더 많은 협력사가 더불어 성장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선두 기업으로서 몇 배 몇 십 배 더 큰 책임감을 갖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 부장판사님, 두 달 전 이건희 회장님의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회장님의 고등학교 친구가 추도사를 했습니다. 그분은 회사를 선대에서 받아 키운 이 회장같은 예를 전 산업사에서 못 봤다며 승어부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는 말이었습니다. 선대보다 크고 강하게 키우는 게 최고의 효도라는 말입니다. 그 말이 강렬하게 맴돌았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입니다.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당연한 책무입니다. 하지만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합니다. 제 정신자세와 회사 문화를 바꾸고 제도를 보완해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삼성 직원이 우리 회사를 자랑스레 여기고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 만드는 것, 그게 기업인 이재용이 추구하는 바입니다. 이게 이뤄질 때 제 나름의 승어부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아버지를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부탁인지는 몰라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죄를 물을게 있으면 제게 물어주십시오. 같이 계시는 제 선배님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서 헌신한 분들입니다.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이분들은 너무 꾸짖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왕성호 기자 / wsh0927@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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