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사업 연기에 "준비 다했는데 기회 놓쳐" 은행권 속앓이

【 앵커멘트 】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공식 출범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졌습니다.
금융당국이 준비가 부족하다는 일부 핀테크 업체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연기됐는데요.
일정을 계획했던 은행권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김용갑 기자입니다.


【 기자 】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개인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서비스 본격화 시점이 연기됐습니다.

당초 금융당국은 8월 초 시행을 목표로 준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핀테크 업체들의 요청을 수용해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한편 일정에 맞춰 시스템 준비를 해왔던 은행권만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대부분 8월 4일 기존 스크래핑 방식 대신 API 의무화 시점에 맞춰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사업 시행 시점에 맞춰 인력을 확보했는데, 연기돼 버린 겁니다.

은행별로 상이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시중은행 4곳의 전담팀 인력만 따져도 100명이 넘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은행의 경우 해당 부서 인력은 49명에 달하고, 뒤이어 38명과 14명, 12명으로 다 합치면 113명에 달합니다.

문제는 사업 연기로 이같은 100명이 넘는 은행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는 사실상 업무 공백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준비했던 모범생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8월4일을 디데이로 인력을 집중하면서 준비했는데 사업 연기로 미리 준비한 금융사의 노력이 반감됐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다른 은행은 당장 개발자들의 계약이 문제입니다.

해당 은행은 당초 계획했던 8월 오픈에 맞춰 시스템 안정화까지 고려해 개발자들과의 9월로 고용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연기되면서 개발자, 시스템업체들과 재계약에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외부에서 온 개발자들 가운데 일부는 9월 이후 다른 일정을 잡아놨기 때문에, 계약 연장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마이데이터 사업 연기 결정에 미리 준비한 은행만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TV 김용갑입니다. [g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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