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CUS 타보로 전력케이블 공장 가보니
17년전 망해가던 공장 인수해
美동부 대표 생산기지 탈바꿈
반도체 공정급 클린룸 갖추고
먼지 한톨 들어갈 틈없이 작업
美 전력망노후에 AI수요 겹쳐
대형 AI데이터센터 주문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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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CUS 타보로 공장 밖 적치장에 전력케이블 드럼이 줄지어 쌓여 있다. LS CUS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타보로. LS전선의 미국 현지법인 LS CUS(LS Cable&System USA) 전력케이블 공장에 도착하자 거대한 실타래처럼 줄지어 있는 케이블 드럼들이 눈에 띄었다.
완성된 전력케이블을 길게 감아 보관·운반하는 대형 원통형 구조물들이다.
최근 미국 전력 슈퍼사이클로 인해 ‘귀한 몸’이 된 K케이블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케이블 드럼은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 변전소, 재생에너지 단지로 출하돼 전력망의 ‘혈관’ 역할을 맡는다.
LS전선은 2008년 스마트폰 등장으로 쇠락해가던 통신용 케이블 공장을 인수해 현지법인을 세웠다.
이후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중·저압 전력케이블 생산기지로 탈바꿈시켰다.
LS그룹의 ‘메이드인 USA’ 전략을 실현하는 전초기지다.
현지 생산체계를 유지하면서도 LS의 오랜 생산 노하우가 전수되면서 성공적인 현지화 사례로 꼽힌다.
대표 상품인 중압(MV) 케이블은 3~35㎸ 전압을 다루는 케이블로 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같은 신산업의 중·장거리 배전망에 활용돼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저압(LV) 케이블은 3㎸ 이하 전압에서 사용하는데 주로 건물 내부 배전에 쓰인다.
전력 케이블을 만드는 과정을 쉽게 이해하려면 국수 면을 뽑은 뒤 이를 머리카락처럼 땋고, 그 위에 튀김옷(절연체)을 입히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먼저 구리나 알루미늄 덩어리(원료)를 긴 선으로 만든 뒤 이를 신선기란 설비에서 가늘게 늘려 전기가 통하는 도체로 만든다.
다음 단계는 케이블 위에 절연체라는 특수 플라스틱을 입히는 작업이다.
현지 주재원인 이진석 과장은 “40m 높이 타워에서 이 절연체를 녹여 케이블에 덮어씌우는데, 이때 먼지 한 톨도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환경을 통제한 ‘클린룸’에서 작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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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CUS 타보로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전력케이블을 검수하고 있다. LS CUS |
타보로 공장은 케이블 절연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중압(MV) 케이블 절연 공정에 일반적으로 초고압·해저 케이블 생산에만 적용되는 고도의 청정 환경, ‘클래스 100’ 등급 클린룸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1㎡당 0.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이물질이 100개 이하로 유지되도록 공기 중 먼지와 오염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다.
팀 웨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클래스100 수준의 고도 청정 공정은 미국 내 동종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라며 “AI데이터센터나 재생에너지처럼 고품질 전력망이 요구되는 시장에서 미국 고객사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케이블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금속 테이프나 알루미늄 막을 한 겹 더 감아준다.
이렇게 여러 겹의 보호막을 두른 케이블은 전기적 성능, 안전성, 내구성 등을 꼼꼼히 검증받는다.
손태원 LS CUS 법인장은 “케이블은 길이와 규격이 다양해 작업자들이 기계 제어와 품질 검사를 직접 맡고 있다”며 “미국 현지 생산 체계에 한국 LS전선 본사의 노하우가 결합돼 미국 내 주요 경쟁사보다 납기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전력망은 70% 이상이 25년 이상 돼 노후한 상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신산업의 수요 폭증으로 전력 케이블 시장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타보로 공장 매출도 지난해 기준 2억달러(약 2700억원)인데 2030년까지 5억달러(약 7000억원) 매출이라는 목표를 잡았다.
LS CUS는 올해 CCV(절연 공정에 사용되는 연속경사압출 설비) 3호기 도입 등 200억원 규모 추가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CCV 4·5호기까지 증설을 검토 중이다.
손 법인장은 “최근 현지 대표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자인 QTS로부터 4000만달러 규모 대형 수주를 따냈다”며 “CCV 3호기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50% 확대해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QTS는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소유·운영하며, 구글·아마존·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에 서버 공간과 전력 인프라를 임대해주는 업체다.
LS그룹은 타보로 공장을 주축으로 ‘메이드인 USA’ 생산을 위한 전방위적 미국 현지 진출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전력망 현대화, AI·데이터센터 슈퍼사이클, 재생에너지 확산 등 구조적 변화에 맞춰 현지 생산·투자를 강화하고, 미국 정부의 관세 강화 정책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LS전선은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 약 1조원을 투입해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세계 최고 높이(201m)의 케이블 생산타워, 전용 항만 등 최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또한 LS일렉트릭은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4만6000㎡ 용지 규모 복합 생산캠퍼스를 조성해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 시스템을 현지 생산한다.
이 밖에도 LS그룹 북미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는 변압기용 특수 권선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LS그룹 관계자는 “미국 전력망 인프라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현지 생산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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