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방병원이 양방에 비해 더 많은 진료비를 받는 것은 물론 한방병원 내에서도 자동차보험 적용 환자에게 더 많은 진료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을 이용해 치료받는 환자에겐 건강보험 적용 환자 대비 5배에 달하는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이다.

일부 한방병원이 자동차보험 적용 대상자에게 과다한 치료를 권함으로써 수익 창출 원천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4일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흉곽 관절 부상 환자가 자동차보험을 통해 한방 치료를 받았을 때 1인당 평균 통원 진료비는 54만원이었다.

이는 동일한 한방 치료를 건강보험을 통해 받았을 때 평균 치료비인 10만9000원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목, 요추, 어깨, 손목 등 각 부위의 한방 진료비가 자동차보험을 적용했을 때 각각 4~5배 높았다.

진료 기간도 건보 적용 시에는 3~3.9일 수준이었으나 자동차보험 적용 시에는 6.5~8일로 길어졌다.


한방병원에서는 자동차보험 적용 환자에게 한 번에 여러 시술을 세트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늘리고 있다.

세트 청구는 환자의 증상과 상관없이 다수 진료를 일시에 실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침, 구, 부항, 약침술, 추나요법, 첩약 등이 주요 세트 청구 항목으로 꼽힌다.


삼성·DB·메리츠·KB 등 4개 주요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한방 총진료비가 2020년 5271억원에서 2024년 7851억원으로 48% 불어나는 동안 세트 청구는 2506억원에서 5353억원으로 2배 넘게 신장했다.

이에 따라 세트 청구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특히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경상환자(장해급수 12~14급)에 대한 세트 청구 진료비 비중이 70% 수준으로 장해급수 9~11급 환자(58%) 대비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고객과 일부 한방병원이 경증에도 과잉 진료를 적용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

한 보험사에서 2023년 3월 17일부터 올해 5월 30일까지 진료비를 청구한 상해급수 12급 경증환자의 경우 대인배상 담보를 통해 치료비로 총 1936만원을 받았다.

살짝 긁힌 정도의 접촉 사고였는데, 총 59회 진단서를 발급받고 입원 4일에 통원 치료는 548일 동안 받았다.

정작 자동차에 대해서는 수리비를 청구하지 않았다.

이 밖에 수리비 53만원이 청구된 접촉 사고에 치료비로 보험금 985만원을 받고, 수리비 114만원이 나온 접촉 사고에도 치료비 1601만원이 나가는 등의 사례가 다수 제보됐다.


보험업계에서는 한방 치료에서 차보험 모럴 해저드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를 명확한 기준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 기준과 심평원 세부 심사 지침에도 한방 다종시술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하다.

한방에서 과잉 진료를 받는 일부 환자에 의해 전체 자동차보험료가 높아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4개 손보사의 연도별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2년 76.4%에서 올해 82.5%로 올랐다.


이에 정부에서는 통상 치료 기간인 8주를 넘어섰을 때 추가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추가 서류에서 초과 진료를 받을 합당한 근거가 확인됐을 때는 장기 진료를 허용하되, 아닐 경우에는 진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실제 다수 보험 가입자는 추가 서류 제출만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과잉 진료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환자의 치료 여부를 가해자 측 보험사가 결정한다는 것은 법과 의료의 기본과 목적을 훼손하는 반국민적·반윤리적 제도"라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제도 개편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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