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도 고전하는 트럼프發 투자한파…韓 외투 촉진책도 힘 못쓰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촉발한 무역전쟁 양상에 전세계 투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무역·투자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은 외국인 투자 규모가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도 투자유치 부진이 한층 더 심화된 상태다.

우리 정부도 올해 외국인투자 인센티브 ‘획기적’으로 강화하며 투자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상반기 유치규모가 전년대비 14.6% 줄어들며 고전하고 있다.


美 2년만에 최저치·中은 13.2% ‘뚝’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쏟아낸 중장기 대미(對美) 투자 약속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외국인투자 유치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미국이 대대적으로 도입한 관세와 극단적인 불확실성에 기업들의 단기 투자 결정에 관망세가 짙어진 결과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528억 달러(약 72조원)으로 작년 4분기 수정치인 799억 달러(약 109조원) 대비 34% 감소했다.

이는 2022년 4분기 424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다.


다만 미국은 외국인 투자지표 하락세는 일시적 현상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외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설비 확충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만큼 시차를 두고 개선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의 백악관 방문을 계기로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28조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신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외국인투자는 3582억 위안(약 68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5월 전년대비 28.2% 외국인투자가 급감했는데, 올해 13.2%가 추가로 줄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무역항. [사진출처=AFP 연합뉴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2023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FDI는 2023년에는 8.0% 하락한 1조 1339억 위안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7.1% 급감한 8262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의 연간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2011년 이래 2023년이 처음이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당근책까지 꺼내 들었다.

지난달 말 중국 상무부·재정부·국가세무총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 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현지 사업에 재투자하면 재투자 금액의 10%를 세액 공제하는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올해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진행한 투자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지난해부터 펼쳐온 외자 유치 총력전의 연장선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기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증대, 국내 경쟁 심화, 외국기업 차별 등의 요인이 겹치며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자 외자기업 투자 편의성 강화에 속도를 내왔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한창인 만큼 외국 기업의 투자 결정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UN무역개발회의 “전세계 투자규모 3년 연속 감소 우려”
유엔 산하기관은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전세계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올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11% 감소, 2년 연속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올해 1분기 투자 계약과 프로젝트 활동이 기록적으로 낮다면서 올해 투자 전망도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무역 긴장 고조, 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분열 위험 등으로 어려운 흐름이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장벽이 높아지고 세계화는 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도 “올해 상황은 더 우려스럽다.

이미 투자 중단을 체감하고 있고 관세가 성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일자리와 인프라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투자가 하향 추세라는 점에서 매우 걱정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역대급 성적 올리던 韓도 급제동
세계적인 투자 한파는 한국도 피해 가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 신고액은 131억달러(17조7800억원)로 작년 상반기(153억4000만달러)보다 14.6%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로 글로벌 투자가 위축됐었던 2021년 상반기(131.4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외국인직접투자액은 345억 7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선 등 주요국의 정치적 변화와 지정학적 갈등 지속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4년 연속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법민 투자정책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2025년 2분기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우리 정부도 올해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목표액을 350억 달러로 제시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에 대한 현금 지원은 가존 500억원에서 2000억원까지 늘리고, 정부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현금보조 지원한도를 5~20%포인트(p)씩 항구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상반기 현금지원 예산 2000억원을 최대한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보조금 집행률은 35%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하반기 외국인 투자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6월 3일 대선 전까지 국정혼란이 겹치면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도 상반기까지는 전년대비 외국인투자 신고액이 전년대비 10.3%를 줄어들었지만 하반기 투자유치가 집중되면서 역대급 실적을 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7~8곳에 달하는 기업들과 보조금 집행을 위해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최대한 예산 집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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