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생각하고 판단하는 AI’
소버린 AI 핵심 한국어 능력 입증
글자+그림 멀티모달 기능도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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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AI)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녀(Her)’ 스틸컷. 주인공 테오도르가 사만다 앞에 앉아 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8316명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질투심과 허탈감을 느낀다. [매경DB] |
네이버가 추론 능력을 강화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생각하는 능력과 최상급 언어 실력을 탑재했다는 특징을 갖췄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출발이 늦었지만, 자체적 기술과 데이터로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하이퍼클로바 X 씽크’의 설계·구조·성능 등 세부 정보를 소개하는 테크니컬 리포트를 발표했다.
씽크는 복잡한 문장을 작은 단위로 나눠 분석하는 능력과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도구·함수를 선택하는 능력, 실수를 반추하고 교정하는 능력 등을 갖췄다.
씽크는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났다.
씽크는 전문가 수준의 문항으로 구성된 ‘코발트(KoBALT)-700’ 벤치마크로 언어 능력을 측정해 48.9점을 받았다.
라이벌 모델인 LG그룹 AI 연구원의 ‘엑사원 딥’(33.0점)과 글로벌 최고 수준 오픈소스 모델인 알리바바의 ‘큐원3’(41.4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한국어 성능 평가 지표인 ‘해례(HAERAE)-벤치’에서도 87.8점을 받으면서 엑사원과 큐원을 앞질렀다.
네이버는 6조개에 달하는 토큰을 씽크 학습 단계에 사용했다.
토큰은 AI가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텍스트 단위다.
5만 단어에 7만 토큰이 책 1권이라고 가정하면, 6조 토큰은 8600만권의 책을 습득한 것과 동일하다.
여기에 한국어 특화 합성 데이터와 데이터 필터링 규칙을 추가 주입했다.
정보의 정확성과 유용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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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
추론 능력이 중요한 이유…시장·주권 잡아야
추론 능력은 AI 비서 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운영체제(OS) ‘사만다’와 비슷하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비서 시장은 지난해 54억달러(약 7조원)에서 오는 2034년에는 2360억달러(약 322조원)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추론 AI 성능을 높이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와 네이버가 강조하는 소버린 AI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추론 모델은 필수적이다.
소버린 AI는 국가 주도로 개발하는 AI를 의미한다.
한국 기업이 한국 데이터로 개발·관리하기에 한국어·한국문화·한국사회를 가장 잘 안다.
따라서 보안이 중요한 국방·공공이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의료·제약, 강점 산업으로 꼽히는 제조업·콘텐츠 등 분야에도 도입할 수 있다.
소버린 AI가 없으면 우리나라 IT 서비스가 협상력을 잃고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될 위험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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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네이버] |
도표·그림도 읽어내…수능 문제 풀이 ‘척척’
씽크는 시각 정보 추론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수학능력평가 생명과학 문제를 이미지로 제시하자, 생태계 천이 과정과 식물 군집의 총생산량 및 호흡량 그래프를 인식·분석한 다음 양수림·혼합림·지의류 등 지식과 결합해 정답을 도출했다.
씽크는 멀티모달기능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 아니다.
그런데도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 줬다.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추론 모델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씽크의 테크니컬 리포트는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담아낸 보고서가 아니라, 범용인공지능(AGI)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도전장으로 보인다.
유강민 네이버클라우드 리더는 “이번 추론모델은 멀티모달 추론을 겨냥해 만든 것이 아님에도 시각 추론 영역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이미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이미지·영상·음성 멀티모달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씽크도 강력한 멀티모달 추론 능력을 갖춘 모델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씽크의 경량화 버전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성능은 유사하지만 사이즈를 줄였다.
오픈소스 방식이면 누구나 원본 코드에 접근할 수 있다.
코드 수정, 성능 개선, 오류 해결, 상업 배포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 공유를 통해 한국 AI 기술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목적이다.
실제로 네이버가 지난 4월 공개한 경량 모델은 한 달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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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주가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네이버는 1주당 2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만에 34%가량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AI 기술 측면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AI 산업 진흥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K-AI 모델 개발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LG그룹,
엔씨소프트 등 자체 AI 모델을 보유한 기업들이 참전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를 유력 후보로 점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려잡고 있다.
NH투자증권이 38만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35만원,
한화투자증권은 34만원, 하나증권은 32만원,
현대차증권은 3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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