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나왔던 카이스트 출신’ 사장님, 기업 회생 신청한 까닭은

도축부터 배송까지 4일에 가능한 서비스로
벤처·스타트업계 ‘혁신 아이콘’이었지만
금융시장 경색·소비 위축에 경영난 겪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김재연 정육각 대표. <유퀴즈 화면 캡처>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유망한 청년 사업가로 출연해 대중에 관심 받았던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정육각과 정육각의 자회사 초록마을의 회생을 신청했다.


정육각은 온라인으로 고기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으로,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돼지고기를 주문하면 도축부터 배송까지 빠르면 당일, 길면 4일 걸리는 혁신 시스템으로 스타트업계에 크게 주목받았다.


4일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사업의 연속성과 회복 가능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정육각 관계자는 “초록마을은 최근 금융시장 경색, 소비 위축, 투자 부진 등 외부 환경 변화와 내부 운영상 과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고금리·고비용 기조, 경기 위축, 투자 이행 지연 등 복합적인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 유치, 구조적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회사의 존속과 서비스 유지, 그리고 거래선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회생절차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투자 유치를 추진해왔지만, 지연되면서 불가피하게 회생을 선택하게 됐다.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조적 재편,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육각 관계자는 “초록마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물류센터, 고객센터 등 핵심 사업 부문은 기존과 같이 운영 중”이라며 “고객 주문과 납품 과정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급망의 안정적 유지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회사를 멈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 가능성과 실질적 회복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변화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품목에 한해 공급 변동 가능성이 있어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선제적 모니터링과 안내를 병행할 방침이다.

정육각은 재정비를 위한 기간 동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


스타트업·투자업계는 정육각·초록마을의 이번 회생 신청이 사업 종료나 정리가 아닌 기존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현실적인 경영 안정 방안을 마련하려는 조치라는 점에 주목한다.

초록마을 매장은 전국에 약 300개 있으며, 다수의 브랜드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유기농 식품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초록마을은 전국 매장, 온라인몰, 물류센터, 고객센터 등 주요 운영 부문을 정상 운영 중이며, 이해관계자별 전담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혼선을 줄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정육각은 한때 벤처캐피탈(VC) 심사역 사이에 성장 가능성이 아주 유망한 기업으로 꼽혔다.

창업자인 김재연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대중에게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수학, 과학 영재로 선발돼 한국과학영재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2016년 2월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국무성 장학금을 받아 같은 해 8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응용수학을 공부할 예정이었다.

유학 자금 마련 등을 위해 고기판매업에 뛰어들었다가 유학 계획을 접고 창업가로 변신해 정육각을 키워왔다.


정육각은 한 발 더 나아가 2022년 유기농 식품 판매점 ‘초록마을(기업명도 초록마을로 동일)’을 2022년 인수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힘써왔다.

초록마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을 때 당시 이마트 등 여러 굵직한 기업들이 초록마을 인수에 눈독을 들였지만, 스타트업인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에 성공하며 M&A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인수가격은 800억원 후반대였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M&A였지만, 유기농 식품 시장 규모가 예상대로 커지지 않으면서 한계에 봉착해왔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수익이 악화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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