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수료 내면서 상속 준비할 필요 있나”…사망보험금 신탁 호응 적네

사후 법적분쟁 예방…자식·손자 지정
운용사 4곳 1220건, 약 2800억원대

본문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 출처 = 챗GPT]
살아생전 사망보험금 상속인을 미리 정하는 등 보험사에 관리를 맡기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출시됐지만, 가입자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며 약 900조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색해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호응이 적은 이유로 가입자가 보험사에 내는 수수료 부담과 판매현장의 저조한 영업을 이유로 본다.


3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생명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판매현황·신탁 수수료 현황(지난달 27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신탁을 운용하는 생명보험사 4곳(삼성·교보·흥국·미래에셋생명)의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총 1220건, 2842억2400만원의 계약이 이뤄졌다.


각 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은 692건에 2330억원 규모로, 교보생명은 526건에 502억여원을 체결했다.

흥국생명은 1건·5억원, 미래에셋생명도 1건·5억2000만원에 그쳤다.


삼성·교보생명은 건수로만 봤을 때 차이가 작았지만, 금액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험을 보유한 가입자가 삼성생명에 맡긴 비율이 높아서다.


가입자 분포도를 보면 삼성생명은 1억원 이상의 신탁금액 비율이 가장 많았지만, 교보생명은 1억원 미만의 신탁계약 건수가 최다였다.

5억원 이상의 계약 건수도 삼성생명은 118건이지만, 교보생명은 7건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상품과 비교했을 때 판매 추이를 보면 호응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처음 출시 됐을 때, 900조 단위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치만큼 수요가 몰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문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진.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업계는 수요가 크지 않은 이유로 가입자가 보험사에 내야 할 수수료 부담 등이 영향을 준다고 봤다.

즉 수수료를 매년 내면서까지 신탁을 맡길 요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신탁 수수료는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일 뿐 높다, 낮다고 판단하기 힘들다고 봤다.


보험사가 받는 신탁 수수료는 계약·집행·관리 수수료로 나뉜다.

삼성생명은 해마다 관리수수료를 0.3% 받는다.

사망보험금 잔액에 따라 수수료를 내는 식이다.

교보생명도 연간 0.3~1.5%를 받는다.

집행수수료(사망보험금이 발생했을 때)는 삼성·교보생명 모두 1%다.

단 교보생명은 2억 이하일 때 1%, 흥국생명도 같은 금액대에서 0.6%를 받는다.

미래에셋생명은 현재 미확정인 상태다.


또 판매처에서 신탁 영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본다.

보험 상품은 권유를 통해 가입이 이뤄지는 경향이 크지만, 설계사가 신탁보다는 수수료 지급 등을 이유로 상품 판매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밖에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가진 가입자의 신탁 가입 동기도 부족하다고 본다.

가입자의 신탁금액 분포를 보면 3000만원 이상~3억원 미만은 986건이었지만, 3억원 이상~5억원 이상은 234건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종신보험 가입금액을 평균 3000~5000만원대로 보는데, 이들은 신탁을 이용할 동기가 고액 가입자보다는 많을 수 있다”며 “신탁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건 맞지만 생명보험금과 관련한 분쟁 위험을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제도개선을 통해 업계에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도입했다.

금융감독원도 초고령사회에 발맞춰 사망보험금을 살아생전에 사용할 수 있게 유동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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