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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들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상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업종은 지주사와 증권사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가결되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가치 역시 지주사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증시가 상승하면 자연스레 증권사 이익도 늘어난다는 희망에 증권주는 크게 올랐다.

올해 들어 한화가 250%, 두산이 157% 급등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167% 상승하기도 했다.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수단이 도입된다는 기대는 지주회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주회사는 그동안 시가총액이 자회사 지분 가치 합산의 0.2~0.5배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주가 디스카운트가 심한 업종이었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주사는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 부양책 중 하나인 자사주 소각 정책이 실현되면 주가가 치솟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주요 기업 사업보고서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대부분 지주사는 전체 지분에서 자사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넘는다.

롯데지주는 지분의 27.5%를 자사주로 들고 있고 샘표·대웅·SK 모두 자사주 비중이 20%대에 달한다.

특히 롯데지주나 SK는 자사주 비율이 높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수준이어서 소액주주에게서 자사주 소각 요구를 계속 받아왔다.


지주회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적분할을 진행할 때 자사주에도 의결권이 있는 신주를 지급했기에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계를 구축하려는 그룹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비율을 높여왔다.


반면 인적분할 시 최대주주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자사주의 마법' 때문에 자사주가 대주주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만약 자사주 일부라도 소각할 수 있게 되면 소액주주가 우려하는 자사주로 인한 주가 하락은 막을 수 있다.




다만 알짜 자회사를 상장·매각할 때 지주사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는데 개정 상법하에서도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가 비상장 자회사에 대해 재무적투자자(FI)와 특정 기한까지 상장을 약속했거나 실적 부진 장기화 또는 대규모 투자 등으로 자금조달이 시급하다면 자회사를 상장시키거나 매각할 유인이 크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주식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한 데다 자사주 소각까지 유도하면서 증권주의 고질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3100까지 올라간 코스피 덕에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 달 전 증권가가 예상한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2296억원이었으나 최근 2335억원으로 늘었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배주주순이익 예상치가 한 달 전 1826억원에서 최근 1858억원으로 높아졌다.

한국금융지주의 최근 지배주주순이익 전망치는 2928억원으로 1분기 순익 4584억원을 합산하면 상반기에 순이익 7512억원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증권사들은 과거와 달리 거래대금에 민감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자기자본운용(PI) 수익 확보에 집중하면서 시장 상황에 영향을 덜 받도록 체급을 키운 것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에다 사업 수행을 위한 조직·인프라가 뒷받침되면서 효율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주 밸류에이션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KRX증권지수 구성 종목의 PBR이 0.48배에 불과했는데 5월 0.6배, 6월에는 0.87배로 빠르게 올라갔다.


주가이익비율(PER)도 1월에는 7.15배였으나 최근 10.3배를 기록했다.

특히 미래에셋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다수 출원했기 때문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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